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아쉽게 무산된 ‘퍼펙트 게임’으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낼까. 6월에는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 후반기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켈리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깜짝 놀라운 피칭으로 대기록을 달성할 뻔 했다. 9회 퍼펙트가 무산돼 아쉬웠다.

켈리는 9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며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4-0 완봉승을 이끌었다. 개인 통산 2번째 완봉승이자, 올 시즌 리그에서 나온 2번째 완봉승이었다.

켈리는 이날 이닝마다 12구 남짓 던지며 삼자범퇴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삼성 타자들은 1루로 출루하지 못했다. 경기 중반까지 안타, 볼넷, 실책도 나오지 않았다. 호수비도 이어지면서 퍼펙트 피칭이 이어졌다.

7회 선두타자 김지찬의 1루 선상 타구를 놓고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1루수 오스틴이 포구를 하면서 1루 베이스를 밟으려다 공을 떨어뜨렸다. 1루심은 페어를 선언했고, 오스틴은 재빨리 공을 주워 슬라이딩을 하며 1루 베이스를 글러브로 터치했다. 그런데 주심이 파울을 선언해, 파울로 판정이 정정됐다. LG가 페어/파울에 대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3분간 판독 끝에 페어 타구로 번복되면서 아웃 판정이 됐다.

2아웃 이후에는 구자욱의 빗맞은 뜬공을 유격수 구본혁이 외야로 달려가며 잡아냈다. 8회도 삼자범퇴. 2사 후 박병호를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까지 94구를 던진 켈리가 9회초 마운드로 향하자, LG팬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선두타자 윤정빈 상대로 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중견수 앞으로 날아가는 안타가 됐다. 퍼펙트가 깨졌다. 켈리는 물론, 포수 박동원과 LG 야수들 그리고 LG팬들이 모두 아쉬움의 반응을 보였다. 박동원과 김경태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흐름을 끊었다. 켈리는 강민호를 3루수 땅볼 병살타로 처리했고,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경기를 끝냈다.

켈리는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 때 눈물을 보였다. 그는 “울려고 해서 운 것은 아니다. 8~9회에 팬 여러분들이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그 힘을 받아서 잘 던질 수 있었다.  그 부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7회 이후로 갈수록 LG팬들은 ‘퍼펙트’를 의식하고 켈리를 향해 더 큰 함성과 응원을 보냈다. 켈리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7회부터 계속 마운드로 뛰어 올라갔을 때 관중들이 연호해주셨는데 소름이 돋더라.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고 인생에 한 번 딱 올 기회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덕아웃에 있는 감독님, 코치님, 우리 선수들, 구단 직원들 모두 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제가 좋거나 나쁠 때도 똑같이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을 해줬기 때문에, 그런 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감사하고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켈리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4승 7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로 6년째 LG에서 뛰고 있는데,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초반부터 기복있는 피칭으로 부진했다.

개막 후 첫 5경기에서 1승 2패, 31이닝 13실점(11자책) 평균자책점 3.19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즌 6~11번째 6경기에서 1승 4패, 31⅔이닝 31실점(28자책) 평균자책점 7.96으로 부진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렸다. 염경엽 감독은 5월 중순 부진한 켈리와 엔스를 두고 “외국인 투수 한 명을 교체해달라고 구단에 얘기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켈리도, 엔스도 조금씩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켈리는 25일 삼성전에서 퍼펙트에 버금가는 피칭으로 완봉승을 기록했다. 6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34이닝 13실점(11자책)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이전의 켈리 모습이다.

이날 켈리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9km, 최저 143km를 기록했다. 직구 구속이 상당히 빨라졌다. 켈리는 경기 후 “구속이 이제 올라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기분이 좋다. 시즌 초에는 구속이 안 올라와서 도대체 왜 안 올라오나 싶어서 좀 답답했다. 많은 훈련을 했다. 내가 과거에 어떤 투수였고 그런 것부터 다 돌아보고 했더니 이제 조금씩 뭔가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 같고, 이제 더운 여름이라 아무래도 구속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구속이 다시 올라가는 부분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과거에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안타로 퍼펙트를 놓친 이날 경기로 자신감을 갖는 계기도 됐다. 켈리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언급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경기였다. ‘내가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있게 던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서,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선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다른 거 바꾸지 않고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고 경기력도 좀 일정하게 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 오늘 이 순간은 분명히 즐기고, 내일이 오면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훈련을 할 준비를 해서 야구장에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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