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34)이 홈런 포함 5출루 활약으로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스리런 홈런에 기막힌 기습 번트 안타로 한화 이글스를 무너뜨렸다.

정수빈은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시즌 3호 스리런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3타점 4득점 2볼넷 1사구로 5출루 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15-8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시즌 팀 최다 4연패 탈출.

1회초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한화 우완 선발투수 문동주를 상대로 초구부터 직구를 받아쳐 우측 폴을 살짝 벗어나는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이어 2구째 번트 동작을 취했다. 이에 흔들렸는지 문동주의 3구째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져 정수빈의 몸을 맞혔다. 1루에 걸어나간 정수빈은 허경민의 중전 안타 때 2루에 진루한 뒤 양의지의 우전 안타에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다시 선두타자로 나온 2회초에는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나가며 문동주를 괴롭혔다. 4회초에도 무사 2루에서 문동주와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 무사 1,2루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허경민의 좌익선상 2타점 2루타가 나오면서 두산이 7-0으로 달아났다.

한화가 4회말 노시환의 스리런 홈런 포함 5득점 빅이닝으로 따라붙자 5회초 정수빈이 홈런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냈다. 1사 1,2루에서 한화 우완 이상규의 3구째 몸쪽 낮은 시속 145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3호 홈런. 스코어를 10-5로 벌린 한 방이었다.

한화가 요나단 페라자의 투런 홈런 포함 3점을 내며 다시 10-8로 따라붙은 7회초. 두산이 다시 달아날 기회를 잡았다. 이유찬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조수행이 3루수 앞 번트 안타로 무사 1,2루가 연결됐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타구를 잡긴 했지만 1루로 한 번에 송구하지 못하고 주춤하면서 내야 안타가 됐다.

여기서 정수빈이 등장했다. 초구부터 번트를 댈 것처럼 하다 강공으로 파울을 쳤다. 2구째 다시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다 볼을 지켜본 뒤 3구째는 번트 자세로 볼을 골라냈다. 2-1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정수빈은 4구째 강공에서 갑자기 번트를 댔다. 투수 왼쪽으로 느리게 굴러간 번트. 속도를 제대로 죽였고, 투수 황준서가 잡았지만 정수빈이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간 뒤였다.

조수행에 이어 정수빈까지 연속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연결한 두산은 허경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양의지의 2타점 우전 적시타, 김재환의 볼넷과 강승호의 우중간 2타점 2루타로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면서 스코어를 15-8로 크게 벌렸다. 정수빈의 번트 안타가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됐다.

경기 후 정수빈은 7회 번트 상황에 대해 “앞에서 수행이가 번트 안타를 치면서 무사 1,2루가 됐다. 한화가 계속 따라오는 상황이었고, 우리가 추가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보내기 번트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규의) 공이 계속 빠지면서 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번트를 댄 것이 좋은 코스로 갔다”고 설명했다. 상대 투수의 공이 존을 벗어나며 유리한 카운트가 되자 제대로 허를 찔렀다.

1회 초구 파울 홈런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은 경기였다. 정수빈은 “초구에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다. 공이 워낙 좋은 투수라 초구에 직구를 던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노렸는데 (히팅 포인트) 너무 앞에서 맞아 (폴을) 벗어났다”며 5회 홈런에 대해 “내게 홈런에 대한 기대는 안 한다. (1~2구) 변화구 2개가 볼이 됐고, 아무래도 (3구째에는) 직구가 들어오지 않을까 싶어 앞에서 쳤는데 좋은 타이밍에 맞아 넘어갔다. 홈런을 노린 건 아니고,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정수빈은 올 시즌 75경기 타율 2할7푼(274타수 74안타) 3홈런 22타점 55득점 34볼넷 34삼진 29도루 출루율 3할5푼5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데뷔 첫 도루왕(39개)에 등극했는데 올 시즌은 두산 조수행(38개), 롯데 황성빈(30개)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랭크돼 있다. 1위와 격차가 있지만 2년 연속 도루왕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정수빈은 “도루는 수행이가 너무 잘 뛰고 있다. 같은 팀에서 도루왕 경쟁을 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기록한 39개를 깨고 싶다. 40개가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39개가 개인 최다 기록. 나아가 정수빈은 “작년보다 올해 팀의 페이스가 조금 더 좋지 않나 싶다. 상위권 싸움이 치열해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연패를 당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선수들 모두 매 경기 다 집중하고 있고, 항상 이기려는 마음으로 한다. (4연패 중이었던) 오늘은 연패 탈출을 위해 위해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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