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7회말 1사 2, 3루 김범석의 타구를 3루수 최정이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5.9

대기록을 세우고도 웃을 수 없었던 최정.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3회 1사 만루에서 SSG 최정이 KIA 양현종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2

SSG 랜더스 간판스타 최정, 잠못드는 밤이 될 듯 하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우고도, 대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책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그 실책으로 팀도 8대16으로 졌고, 어쩌면 SS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선발 등판일 수 있었던 시라카와의 승리 기회도 날아갔다.

최정은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중요한 홈런을 때려냈다. 최정은 팀이 4-3으로 앞서던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상대 선발 벤자민으로부터 점수차를 벌리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최정은 볼카운트 1B서 들어온 벤자민의 포크볼을 제 타이밍에 퍼올렸고, 하늘 높이 ?�구�? 타구는 계속 날아가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앞선 두 타석 희생플라이 타점에 1타점 2루타까지 친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이 홈런은 최정의 시즌 20번째 홈런. 이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역대 2번째 9시즌 연속 20홈런 기록을 채웠다.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작성했다.

역대 1호 기록은 현재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는 박병호가 보유하고 있다. 박병호는 미국에 진출한 2016~2017 시즌을 제외하고 2012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을 쳤다. 최정이 내년에도 20홈런을 기록하며 박병호를 뛰어넘어 10시즌 연속 20홈런 유일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기량과 건강 상태, 성실성 등을 감안할 때 부상 등의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 시즌 최정이 신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팀이 5-3으로 앞서던 6회초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1사 2루 상황. 호투하던 시라카와가 오윤석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최정이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했다. 다시 공을 잡아 재빠르게 공을 던졌지만 세이프. 2사 2루가 돼야할 게 1사 1, 2루로 변해버렸다.

이에 SSG 벤치가 시라카와를 내리고 고효준을 올렸다. 그런데 고효준이 김상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고, 문상철에게 동점 적시타까지 얻어맞았다. 이어 나온 로하스의 역전 결승 스리런포는 최정과 SSG에 악몽이 됐다.

가정이지만 최정의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시라카와가 6이닝을 책임질 기회를 얻었을 확률이 높고, 1회와 2회 실점 후 무실점 투구를 하던 시라카와의 상승세를 고려할 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도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다 가정이고 결과론이지만, 최정의 실책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필, 엄청난 대기록을 세운 날 말이다.

인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