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형이 부상 당해서 갑자기 출전하게 됐는데, 홈런까지 쳐서 얼떨떨하고 기쁩니다.”

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서울고와 한국마사BC의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왕중왕전 2회전에서 서울고 1학년 김지우(16)가 초대형 홈런을 터트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고와 한국마사고의 경기. 4회초 2사 서울고 김지우가 비거리 130m의 좌월 솔로포를 터트린 후 축하받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지우는 팀이 9-1로 앞선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올라 한국마사BC 투수 김창주의 공을 시원하게 받아쳤다. 왼쪽으로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덕아웃과 관중석에서 ‘와’하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비거리 약 130m에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69km에 달했다. 고교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홈런이었다.

1학년 김지우는 이날 선발인 3학년 선수가 갑작스레 부상을 당하면서 지명 타자로 깜짝 출전했다. 하지만 김동수 서울고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1회 첫 타석에 볼넷을 골라냈고 3회에는 2루수 왼쪽으로 빠질 뻔했던 타구로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4회에는 이날 대형 홈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5회 김세정과 교체되기 전까지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3득점. 매 타석마다 출루해 모두 홈을 밟으며 이날 서울고의 5회 콜드게임승에 기여했다.

경기 후 김지우는 “오늘 원래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출전 기회가 와서 형들에게 민폐만 끼치지 않게 공을 잘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는데 홈런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수줍게 웃었다.

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고와 한국마사고의 경기. 비거리 130m의 대형 홈런을 터트린 서울고 1학년 김지우가 기념구를 자랑스럽게 들어보이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서울 이수초등학교와 강남중을 나와 올해 서울고에 진학한 김지우는 이미 강남중 시절부터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184cm 큰 키와 탄탄한 체격에 중학교 시절 이미 투수로 140km대 구속을 기록하고 타석에서도 홈런 등 장타를 쳐내며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에도 8경기 9타석에서 7타수 4안타 타율 0.571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고 김동수 감독은 “김지우는 중학교 때부터 유망했던 선수고 투수로도 현재 최고 구속이 147~148km 정도 나오고 타격감도 좋다”며 “일단 지금 주 포지션은 3루수고 2학년까지는 내야수 겸 타자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성실하게 계속 훈련에 임하고 노력한다면 추후 프로야구에서도 대성할 재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의 우상은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올 시즌 KIA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도영이다. 김지우는 “김도영, 오타니 선수같은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고는 김지우를 비롯한 타선의 고른 활약 속에 신생팀 한국마사BC를 상대로 16안타를 때려내며 15대1 5회 콜드게임승으로 제압하며 16강에 올랐다. 1회초부터 4번 타자 왕지훈의 적시타와 6번 타자 전유민의 2타점 적시타, 7번 타자 김지헌의 2타점 적시타로 5점을 뽑아냈다.

2회말 한국마사BC가 1점을 따라붙었지만 서울고는 3회초 다시 4점을 몰아냈다. 전유민의 1타점 2루타와 김지헌의 1타점 적시타, 상대 수비 실책과 희생타로 1점씩을 보탰다.

4회초 김지우의 초대형 홈런으로 10-1을 만든 서울고는 5회초 다시 타선이 폭발하며 5점을 몰아냈고, 5회말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15-1 5회 콜드게임으로 완승을 거뒀다. 초대형 홈런을 친 김지우를 비롯해 6번 타자 전유민이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7번 타자 김지헌이 3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서울고는 16강에서 강원의 야구 명문 강릉고와 8강행을 다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