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에서 미끄러진 이후 내가 다 해야한다는 부담감, 모두 내려놨습니다. 주변 동료를 믿고 던지니 되네요”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전주고와 마산용마고의 결승전. 전주고 에이스 정우주가 1회말 1사 만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고교야구선수권 우수투수로 뽑힌 전주고 특급 에이스 정우주는 16일 마산용마고와 결승에 등판, 2와 3분의 2이닝 1피안타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보였다.

청룡기 우승 직후 정우주는 지난 봄 이마트배에서 난적 덕수고를 만나 결승에서 5회 동점 홈런을 맞으며 5대8로 패배,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상황을 회상했다. 정우주는 “이마트배 때 사실 나 때문에 졌었다. 자책도 많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그때는 부담감이 앞서고 나 혼자 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번 대회는 내가 아니라 모두가 다 같이 하고 내 뒤에도 누가 있다는 생각으로 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청룡기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이날 1회말 1사 만루상황 등판한 정우주는 최고시속 151km 직구를 척척 꽂아내면서 두 타자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정우주는 “1회에 (이)시후가 흔들리면 감독님이 나를 넣겠다고 미리 예고는 해줬다. 그래서 놀라거나 긴장하진 않았다. 이미 준비 중이었고 잘 막아내서 기뻤다”고 했다.

폭우로 3회 도중 1시간 40분 가량 중단된 상황. 정우주는 계속해서 쉬지 않고 몸을 풀고 있었다. 정우주는 “어깨가 식을 까봐, 경기력이 흔들릴까봐 최대한 몸을 풀어주려고 했다. 다행히 큰 점수차로 내가 등판할 상황이 생기진 않았다”며 웃었다.

주창훈 전주고 감독은 “1회부터 (정)우주를 내면 상대팀에서 105구까지 갈 때까지 안 치고 기다릴 것 같아서 3이닝만 다른 선수들로 막자 이렇게 하면 우주가 나머지를 책임져줄 거라고 생각했다. 우주가 사실 선발 욕심도 있었을텐데 ‘감독님 저 아무 때나 올라가도 괜찮습니다’고 해서 얘기가 잘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정우주는 “목표가 우승이었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39년 만에 학교를 우승시켜서 기쁘다. 이번 대회 (이)호민이가 지난 준결승에서 너무 잘던져주면서 결승에 올려놨는데, 이마트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호민이 덕분에 결승을 등판했다. 호민이가 매번 내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미안하고 우승의 영광을 호민이와 내 뒤를 든든히 지켜준 수비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이호민은 지난 준결승전에 1경기 3등판, 총 6이닝 동안 4피안타 1사사구 1실점 3탈삼진으로 호투하며 결승행에 기여했고 수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