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울산, 조형래 기자] 야구 인생 처음보는 장비에 모두가 호기심이 가득하다. 투수와 포수 간의 사인 교환 장비인 피치컴 얘기다.

KBO는 지난 15일 경기 중 투수와 포수 간 사인 교환을 할 수 있는 장비인 피치컴 세트를 10개 구단에 배포했고 구단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피치컴 사용 방법과 규정 등을 안내했다. 지난 1일 피치컴 장비에 대한 전파인증을 완료했고 16일 경기부터 사용할 수 있다.

KBO가 배포한 피치컴 세트는 사인을 입력하는 송신기와 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수신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세트는 송신기 3개, 수신기 12개로, KBO 리그와 퓨처스리그 모든 팀에 각 1세트가 전달된다.

송신기에는 9개의 버튼이 있어 사전에 설정된 구종과 투구 위치 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면 수신기에 음성으로 전달된다. 송신기는 투수나 포수에 한해 착용 가능하며, 투수의 경우 글러브 또는 보호대를 활용해 팔목에 착용한다. 포수의 경우 팔목, 무릎 등에 보호대를 활용해 희망하는 위치에 착용할 수 있다.

수신기는 모자 안쪽에 착용한다. 투수나 포수 외에도 그라운드 내 최대 3명의 야수가 착용 가능하며 덕아웃 및 불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KBO는 설명했다.

이미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 방지 목적으로 지난 2022년부터 도입됐다.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피치컴을 써 본 선수들이 있다. 16일 피치컴 도입과 동시에 사용한 KT 위즈 웨스 벤자민이 대표적이다. 벤자민은 피치컴 활용 의사를 곧바로 이강철 감독에게 전했고 16일 고척 키움전에서 포수 장성우와 피치컴으로 호흡을 맞췄다.

피치컴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열린 상황. 한화 역시도 김경문 감독이 공언한 대로 17일 창원 NC전부터 피치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KT는 벤자민에 이어 윌리엄 쿠에바스도 키움전피치컴을 활용했다. 쿠에바스는 송신기까지 들고 직접 사인을 주고 받는 과정을 거쳤다. KIA 양현종 역시 이날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피치컴을 활용한 투수가 됐다.

울산 문수구장에서도 피치컴은 모두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과 이승엽 두산 감독 모두 당장 피치컴을 적용하는데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선수들이 사용하기를 원하면 사용하게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16일 피치컴 도입 첫 날, 롯데는 오는 18일 등판을 앞둔 박세웅이 불펜피칭을 하면서 피치컴을 테스트했다. 공을 받은 포수 정보근도 피치컴 송신기로 사인을 내며 피치컴을 다뤄봤다.

박세웅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세웅은 “사용할 의향이 없지 않다. 제가 시선을 다른 데 두고 있어도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인이 서로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는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보근은 정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실전에서 사용해봐야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인이 맞을 때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사인이 맞지 않을 때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19일 등판 예정인 좌완 김진욱도 18일, 포수 손성빈과 함께 피치컴 송수신기로 불펜피칭 호흡을 맞췄다. 김진욱은 피치컴을 신기해 하면서도 아직은 실전 활용에 대해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진욱은 “손가락으로 사인을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신기했다”라면서도 “포수 사인 거절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 구종 코스에 대한 목소리가 들리는 등 여러 요소들이 많다 보니까 제가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 사인이 낮게 나오게 될 경우 그걸 말로 하기 때문에 제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제가 원래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라고 테스트 당시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에 대한 것은 투포수 사이에 정리를 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진욱은 “어제(16일) 설명을 들을 때에도 사인과 사인 거절 등을 잘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원중이 형은 코스 높낮이를 없애고 몸쪽과 바깥쪽 코스만 정해놓고 포수가 유인하는 방법으로 바꾸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욱의 공을 받은 손성빈은 당초 “번거로울 것 같다”라며 당장 피치컴에 의문을 품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막상 착용하고 보니 생각이 바뀐 유형이다. 그는 “경기를 할 때 직접 써봐야 알 것 같기는 한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고 불편한 점도 딱히 없다”라고 말하면서 “포수가 낸 사인을 투수가 어떻게 하냐가 문제인 것 같다”라면서 역시 비슷한 지점의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사인 정확도 등은 문제 없는 편. 포수로서 송신기와 수신기까지 착용한 것에 대해서 그는 “혹시나 송신기에서 사인을 잘못 낼 수 있으니까 저도 잘못 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취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어 일본어 등 언어 설정도 할 수 있기에 외국인 선수와의 호흡도 문제 없다고 말하는 손성빈. 그는 “편해지지 않을까요? 일일이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투포수랑 함께 호흡을 맞추고 코치님들과도 벤치 사인도 조율을 해봐야할 것 같다”라고 총평을 남겼다. 아직 조율할 부분들인 남았지만 편리성 신속성 등은 개선할 수 있다는 것.

두산도 이날 곽빈이 캐치볼 과정에서 피치컴을 활용한 바 있다. 곽빈은 긍정적이다. 그는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전에는 포수 사인과 미트 위치로만 사인을 주고받았었는데 직관적인 사인이 들리니까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라면서 “사인을 주고받는 시간도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에 피치클락을 도입하게되면 피치컴 사용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나(투수)보다는 사인을 내는 포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어쨌든 피치컴 시대가 돌입했고 호기심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봤다. 이제 KBO리그의 피치컴 시대는 좀 더 빨리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