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가 창단 47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에서는 향후 한국 야구를 빛낼 샛별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래픽=김현국

이번 청룡기에선 “작년과 달리 올해는 포수 풍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수 능력을 겸비한 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홈런왕, 최다 타점상을 거머쥐면서 전주고 우승을 이끈 대회 MVP 이한림(3학년)은 승부처마다 중요한 타점을 기록하며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그는 예일메디텍고와 벌인 1회전에서 이번 대회 첫 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결승전에선 4회초 팀이 6-1로 앞선 상황에서 목동 야구장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아치를 그리면서 우승 주역이 됐다.

마산용마고 포수 권희재(3학년)는 6경기 21타수 8안타(타율 0.381) 7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포수 마스크를 쓰곤 뛰어난 리딩 능력으로 1학년 에이스 이서율, 3학년 주태준을 잘 이끌면서 팀을 결승에 끌어올렸다. ‘완성형 포수’라는 평가를 받은 강릉고 이율예(3학년)도 빼어난 블로킹과 송구 능력으로 팀의 4강행에 기여했다.

각 팀 에이스 투수들도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주고 정우주(3학년)는 시속 148~152㎞를 오가는 강속구를 앞세워 7경기 14와 3분의 2이닝 동안 21탈삼진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60(4경기 이상 출전 투수 중 1위)으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대회에선 타석에서도 7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준우승팀 마산용마고에서는 1학년 이서율이 스스로 “어안이 벙벙하다”고 할 정도로 깜짝 활약했다. 그는 2회전에서 우승 후보로 꼽힌 대구상원고를 상대로 7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더니 준결승에선 광주일고를 맞이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강릉고를 4강으로 이끈 3학년 천범석은 묵직한 직구와 빼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5경기 14와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60으로 정우주와 평균자책점 동률 1위를 기록하는 호투를 펼쳤다.

이번 대회 최강 전력인 덕수고를 8강에서 잡아낸 광주일고에는 3학년 좌완 김태현과 2학년 내야수 겸 투수 김성준으로 이뤄진 ‘필승 듀오’가 있었다. 김태현은 시속 140㎞ 후반대 강한 직구와 뛰어난 제구력으로 4경기에서 28탈삼진을 잡아내 장충고 김재원과 함께 탈삼진 공동 1위에 올랐다. 김성준은 주로 3루수를 보다가 고비가 되면 마운드에 올라 시속 150㎞에 이르는 강한 직구로 상대 타자를 제압했다. 3경기에서 8과 3분의 2이닝 동안 탈삼진 18개에 무실점을 기록했고 덕수고와 벌인 8강전에선 승리 투수가 됐다.

타석에선 이번 대회 타격왕(4강 팀 중 14타수 이상 타자 중 최고 타율)인 광주일고 김의철(18타수 7안타 0.389) 외에도 부산고 박재엽(0.467)과 이서준(0.500), 평택 청담고 홍민규(0.429) 등이 맹타를 휘둘렀다. 서울고 1학년 김지우는 2회전 한국마사BC전에서 비거리 130m에 타구 속도 169㎞의 초대형 홈런을 터트려 스카우트를 놀라게 했다. 김지우는 투수로도 이미 구속이 148㎞에 달해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