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류현진이 승률 5할을 밑돌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후반기 대반격을 기대했지만 4연패에 빠지며 5위 싸움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18일 창원 NC전에서 3-4로 아깝게 패했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1회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4점을 내주긴 했지만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으며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초반 난조가 아쉽긴 하지만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마치고 내려갔다.

류현진이 교체된 뒤 박상원, 이민우, 한승혁으로 이어진 불펜이 1이닝씩 막고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그러나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2회, 4회, 7회 1점씩 야금야금 내며 1점차로 따라붙은 뒤 9회 1사 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안치홍이 유격수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이날 경기 2안타 포함 4할대(.476) 타율로 타격감이 뜨거운 안치홍이었지만 결정적 순간 병살타가 나왔다.

류현진은 결국 패전을 안았다. 이날까지 시즌 성적은 18경기(103이닝) 5승6패 평균자책점 3.76 탈삼진 88개. 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전체 6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1위다. 토종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던 삼성 원태인(3.53)이 규정이닝 밖으로 밀려나면서 류현진이 토종 1위로 올라섰지만 승운이 없다. 규정이닝 투수 19명 중 가장 적은 승수로 3점대 평균자책점 10명 투수 중 유일하게 승보다 패가 더 많다.

류현진의 승률이 5할도 안 되는 건 KBO리그에서 없었던 일이다. 2009년 개인 최다 12패를 당한 적이 있지만 13승으로 5할 승률은 넘겼다. 2012년 9승9패로 딱 5할 승률을 맞춘 적은 있어도 그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2017년 LA 다저스 시절 5승9패(.357)가 가장 낮은 승률이다.

류현진을 내고도 연패를 끊지 못한 한화는 38승50패2무(승률 .432)로 9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5위 NC(44승43패2무 승률 .50)와 격차가 6.5경기로 벌어지면서 10위 키움(37승52패 승률 .416)에 1.5경기 차이로 쫓기는 상황이다.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해도 5위 SSG에 3.5경기 뒤진 9위로 가을야구 추격권에 있었다. 김경문 감독 요청으로 양승관 수석코치, 양상문 투수코치가 새로 합류하며 코칭스태프를 재편했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지난 9~11일 고척 키움전에서 1승2패 루징시리즈를 당한 게 크다. 패배한 2경기 모두 7회 이후 역전을 당한 것으로 불펜 운영 실패였다. 이어 12~14일 대전 LG전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2연패를 당하더니 17~18일 창원 NC전 2경기까지 4연패.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첫 4연패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의 후반기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4월 개막 초반에 고전하며 순위 싸움에서 멀어졌는데 올스타 휴식기를 보내고 맞이한 후반기 초반에도 늘 헤맸다. 대반격을 기대한 올해도 어김없이 후반기 부진을 반복하고 있다.

한화는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 전반기를 2위 두산에 승차 없는 3위로 마쳤지만 25일간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 맞이한 후반기에 8승16패(.333)로 추락하며 5위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2015년에는 전반기를 5위로 마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후반기 최하위(24승36패 .400)로 무너지면서 6위로 포스트시즌이 좌절됐다.

지난해에도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8연승을 질주하며 전반기를 5위 롯데에 2.5경기 뒤진 8위에 올랐다. 상승 흐름 속에 전반기를 마치며 5강 싸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후반기 첫 10경기를 3승7패로 시작하며 추격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후반기 24승40패2무(.375)에 그치면서 9위로 탈꼴찌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도 후반기 첫 8경기에서 2승6패에 그치고 있다. 키움과 함께 후반기 최저 승률(.250)로 5강권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후반기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2경기를 모두 패한 게 아쉽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2위(3.84)로 좋지만 투수 교체 실패로 7회 이후 역전패만 3번 있었고, 타선도 팀 타율 4위(.290)로 잘 맞고 있지만 득점권 타율 10위(.229)로 결정력이 떨어진다. 투타 엇박자로 인해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놓치면서 후반기 약세 고질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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