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10승 시즌을 보냈던 투수들이 한국에 와서 난타를 당하고 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야심차게 데려온 빅리거 경력자들이 이렇게 속을 썩힐 줄 누가 알았을까.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한 1위 KIA는 좌완 에릭 라우어(29)의 부진이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윌 크로우의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였던 캠 알드레드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이달 초 35만 달러에 영입한 라우어는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36승의 경력자로 큰 기대를 모았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9경기(158⅓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 탈삼진 157개로 활약한 풀타임 선발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LA 다저스를 상대로 통산 12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유독 강해 ‘다저스 킬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우승 청부사로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현재까지는 실망스럽다. 4경기(18⅓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6.87 탈삼진 20개에 그치고 있다. 아직 표본이 많지 않지만 갈수록 투구가 좋지 않다. 지난 23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첫 패를 당하더니 29일 광주 SSG전에선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다.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1할대(.192)로 강하지만 우타자(.380)에게 너무 약하다. 홈런 3개도 전부 우타자들에게 맞았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6km로 느리진 않지만 압도적이진 않고, 직구·커터·커브 중심으로 던지다 보니 우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마땅치 않다. 9이닝당 볼넷 3.9개로 제구도 썩 좋지 않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이 없고, 제구가 안 되다 보니 타자들의 노림수에 읽힌다.

남은 시즌도 걱정이지만 더 큰 경기,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투구를 하면 KIA로선 낭패다. 라우어의 경우 아직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적응 단계로 의미를 축소할 순 있지만 6월부터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화 우완 하이메 바리아(28)는 이제 견적이 나왔다.

펠릭스 페냐의 완전 대체 선수로 55만 달러에 한화와 계약한 바리아도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22승 경력자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데뷔 첫 해부터 신인 선발 10승을 거뒀고, 2022년에도 불펜으로 79⅓이닝을 던지며 2점대(2.61)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만큼 경쟁력 있는 투수였다.

KBO리그에서도 첫 3경기에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69로 기대대로 이름값을 하는가 싶었지만 환호과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분석을 당하며 한계를 드러낸 바리아는 15경기(68⅔이닝) 5승5패 평균자책점 5.50 탈삼진 63개에 그치고 있다. 6월 이후 규정이닝 투수 21명 중 평균자책점 20위로 외국인 투수 중 꼴찌다.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로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았다. 서드 피치로 체인지업이 있지만 움직임 밋밋해서 구종 가치가 낮다. 피해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를 들어가는 유형이지만 피안타율이 3할대(.309)에 달한다.

15경기 중 절반이 넘는 8경기에서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불펜으로 던져 긴 이닝 소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1회 피안타율 4할대(.408)로 경기 초반에 얻어맞는 유형이라 불펜으로 쓰기도 애매하다.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은 1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모처럼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펼치며 분위기가 뜨거운 한화인데 바리아가 찬물을 끼얹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년간 풀타임으로 던진 투수들도 통하지 않을 만큼 KBO리그 수준이 올라간 걸 수도 있다. 특히 올해는 타고투저 시즌이라 투수가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리아와 라우어 모두 최근에 하향세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바리아는 2022년부터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만 던졌고, 라우어는 지난해 5월 어깨 충돌 증후군 이후 직구 평균 구속이 4km가량 떨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투수가 이 정도로 고전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야구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스포츠로 예측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KBO리그에선 압도적인 구위가 아니면 플러스급 변화구 또는 반대손 타자를 상대할 변화구, 까다로운 디셉션이나 안정된 제구력 중 한두 가지는 있어야 성공 확률이 높은데 현재 바리아와 라우어에겐 그런 특장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름값은 성공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사례로 남을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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