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 강민호가 기뻐하고 있다

[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여기까지 오는 데 21년 걸린 거 같습니다"

맏형 강민호를 뜨겁게 안아주는 동생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포수 강민호를 둘러싸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1대0 리드하고 있던 삼성의 9회말 수비. 한국시리즈 진출행 티켓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1개. 타석에 들어선 LG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포수 강민호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8회 강민호가 솔로포를 터뜨리자 환호하는 박진만 감독과 구자욱
마지막 타자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 처리 직후 포효하는 포수 강민호

올림픽 금메달, 골든글러브 6회 수상, 프로야구 통산 정규시즌 최다 경기 출전(2,369경기)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드디어 한을 풀었다.

마무리 김재윤에게 달려가 안기는 포수 강민호
더그아웃에 있던 원태인은 강민호를 향해 제일 먼저 달려 나왔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고 있던 삼성은 1차전 6.2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을 승리로 이끈 레예스를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맏형 강민호를 뜨겁게 안아주는 동생들
삼성 이종열 단장과 유정근 대표이사도 강민호와 포옹을 나눴다

선발 레예스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 강민호는 안정적인 리드로 7회까지 LG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1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홍창기가 무사 1루서 2루를 노렸지만, 포수 강민호의 정확한 송구와 2루수 전병우의 태그 플레이가 깔끔하게 이뤄지면서 도루를 저지했다. 2회에도 강민호의 어깨는 한 번 더 빛났다. 1사 1루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은 오지환. 포수 강민호는 지체 없이 2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포수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이재현은 오지환을 태그하며 LG의 뛰는 야구를 완벽히 봉쇄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한 포수 강민호

삼성 선발 레예스와 LG 선발 엔스의 팽팽한 선발 싸움이 이어지며 7회까지 양 팀은 점수를 뽑지 못했다. 0대0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8회 선두타자로 나선 강민호가 바뀐 투수 손주영을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0의 균형을 깼다.

볼카운트 3B 1S에서 손주영의 5구째 146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 들어오자, 강민호는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맞는 순간 좌측 담장 너머로 날아간 타구. 강민호는 타격 직후 배트를 끝까지 잡고 타구를 바라봤다.

경기 후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솔로포를 터뜨린 강민호는 베이스를 돌며 3루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강민호가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부상으로 더그아웃에 있던 구자욱은 달려 나와 박진만 감독, 정대현 코치와 함께 홈런 타자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맏형과 꼭 한국시리즈 무대에 가고 싶었던 동생들은 홈런을 치고 들어온 강민호를 격하게 반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9회에도 마스크를 쓰고 안방에 앉은 강민호는 마지막 타자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마운드로 달려간 포수 강민호는 마무리 김재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때 마운드를 향해 달려온 원태인, 김헌곤, 레예스, 구자욱 등 동생들은 강민호를 안아줬다.

프로 생활 21년 만에 이룬 한국시리즈 진출. 맏형 강민호는 행복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