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옛날에는 사자가 이긴다고 했는데 요즘은 호랑이가 잡고 있다.”(KIA 이범호 감독) “에버랜드 안 가보셨나 보네요. 항상 사자가 사파리 위에 있는데.”(삼성 박진만 감독)

31년 만에 호랑이와 사자가 다시 만났다. 2024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정규 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와 2위 삼성 라이온즈가 2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격돌한다. 1차전 선발은 KIA 네일과 삼성 원태인이다. 이범호 감독은 “삼성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명승부를 만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결과로 올라와 선수들 기가 충만하고 KIA는 탄탄한 팀이지만 빈틈이 있으니 파고들어서 잡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고지인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을 빗대 ‘달빛 시리즈’로도 불리는 이번 대결은 1993년 KIA 전신인 해태와 삼성이 만난 한국시리즈 이후 31년 만이다. 당시 해태가 4승 1무 2패로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여러 가지 상황은 KIA 우세를 점친다. KIA는 11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이범호 감독은 2017년 KIA 마지막 통합 우승 멤버. 7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당시 우승할 때 KIA에 우승의 기운이 흘렀다”며 “이후 팀이 안 좋아졌던 것까지 코칭 스태프로 다 지켜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왔다.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준비하고 저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못 보는 부분을 경계하며 한국시리즈에 임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KIA는 올 정규 시즌 맞대결에서도 12승 4패로 삼성을 압도했다. 정규 시즌 팀 타율(0.301)과 팀 평균자책점(4.40) 모두 리그 1위. 네일-양현종-라우어에 김도현, 윤영철이 4선발로 대기하고 올 시즌 세이브 1위 정해영을 비롯한 불펜투수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 든든하다. 네일은 지난 8월 턱에 타구를 맞는 중상으로 수술까지 받았지만 현재 컨디션은 100%라고 한다. 이범호 감독은 “한 달 전부터 이미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일상생활이나 운동 모두 100%로 하고 있어 1차전 선발로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선에선 올 시즌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을 필두로 나성범, 최형우 등이 선봉이다. 김도영은 “MVP 욕심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특히 빠른 발로 삼성을 공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첫 홈런과 마지막 홈런을 삼성 상대로 때려냈다. 그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록도 삼성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돌아온 삼성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삼성 포수 강민호는 “최형우 형한테 KIA의 한국시리즈 기록에 대해 들었다”며 “그런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정규 시즌 전적에서 KIA에 뒤지지만 완패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거의 1~3점 차 이내 승부였다.

20일 마주친 이범호(왼쪽) 감독과 박진만 감독. /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삼성 마운드는 일단 플레이오프에서 분위기가 좋았다. 외인 선발 코너가 어깨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도 나서지 못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LG 타선을 완벽히 막아낸 ‘원태인-레예스’ 원투펀치에 3차전에서 호투한 황동재와 좌완 이승현이 버틴다. 임창민-김재윤이 중심이 된 불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비도 KIA(정규 시즌 실책 146개)와 달리 탄탄하다. 10팀 중 최소 실책(81개)이다.

더 관건은 홈런. 삼성은 정규 시즌 팀 타율은 0.269로 9위지만 팀 홈런(185개) 1위다. 장타로 변수를 만드는 저력이 있다. 최근 한국시리즈 기록을 보면 홈런을 많이 친 팀이 우승했다. 작년엔 우승 팀 LG가 8개, KT 1개. 그 전해는 우승 팀 SSG 7개, 키움 3개. 2021년에도 KT가 5개로 1개에 그친 두산을 제쳤다.

플레이오프 4차전 결승 홈런 주인공 강민호는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강민호는 “한국시리즈에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는데 이 자리에 오는 데 21년 걸렸다”며 “아직 한국시리즈 경험을 못 한 옛 롯데 동료 손아섭과 전준우, 정훈에게도 “너희도 할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삼성은 팀 타선 핵심이자 주장 구자욱이 플레이오프 당시 도루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출전이 어렵다. 올 시즌 삼성 타자 중 KIA 안방 광주에서 타율(0.381)이 가장 높았기에 더 뼈아프다. 박진만 감독은 우선 경기 상황에 따라 대타로 일단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