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긴 하죠. 이제 1차전 승리투수를 기대하면서 4차전 준비하겠습니다.”

2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와 2차전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순연됐다. 1차전 선발로 나와 호투한 원태인이 인터뷰하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22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원태인(24)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전날 5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던 그는 갑작스러운 비로 경기 중단이 선언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첫 출전에서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중단돼서 아쉽다”면서도 “4차전에 나설 기회를 얻게 된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2024 KBO(한국야구위원회)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에 따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23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다.

원태인은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더 던질 수 있었던 여력이 남아 있던 상황에서 서스펜디드 선언이 내려졌고, 경기는 6회초 삼성의 1-0 리드 속에 멈췄다. 자신감도 한껏 올라 있었던 원태인은 “던지면 던질수록 더 잘 던질 수 있었다. 6회, 7회, 8회까지 충분히 던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태인은 아쉬움을 잠시 접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물론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오늘 경기가 취소되면서 4차전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7차전도 가능하다. 최고의 무대에서 내가 최고의 투수임을 증명할 기회가 더 생긴 셈이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경기에서 원태인의 가장 큰 위기는 2회말 KIA 김선빈의 타석이었다. 최형우와 나성범을 각각 뜬공과 삼진으로 처리한 후,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원태인의 공을 받아친 김선빈은 타구가 높게 뜨자 배트를 던지고 환호하며 1루로 전력질주했다. 높게 뜬 타구가 홈런처럼 보였지만 3m 높이 펜스를 맞고 나오면서 3루타가 됐다. 원태인은 “처음엔 빗맞았다고 생각해서 홈런은 아니겠지 했는데, (김)선빈이 형이 환호하는 걸 보고 ‘아, 맞았구나’ 하고 낙담했다. 근데 펜스를 맞고 떨어지는 걸 보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어보였다. 김선빈의 3루타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은 원태인은 차분하게 이닝을 마무리하며 KIA에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삼성 선발 원태인이 역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날 경기가 서스펜디드로 종료된 후, 원태인은 포수 강민호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고 한다. 원태인은 “(강)민호 형은 경기 전날 꼭 연락이 와서 상대 선수들 분석을 하고 얘기를 나눈다. 1차전 전날에도 함께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했던 대로 경기 내용이 잘 풀리고 있어 아쉬웠다. 투구 수 조절도 되고 있었다. 민호형도 ‘너의 날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라고 해주셔서 밥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아쉬움을 나눴다. 속 시원하게 다음 경기 준비 잘 해보자 하고 넘어가자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는 오히려 밝았다고 한다. 원태인은 “어제 경기를 마치고 나서 ‘경기를 시작했으면 9회까지 가야하는 거 아니냐’ ‘이럴거면 시작을 하면 안됐다’는 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미 끝난 건 어쩔 수 없다고 다독여졌고, 지금 삼성 선수단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내가 4차전에 나설 수 있고 레예스도 3차전에 등판할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힘을 내주면 내가 1차전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그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선수는 외국인 투수가 아닌 ‘푸른피의 에이스’ 원태인이었다. 2015년 당시 1차전 선발은 알프레드 피가로였고, 2014년 우승 때는 릭 밴덴헐크가 1선발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원태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삼성의 1선발로 나설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KIA 타자들에 대해 “타격감이 떨어져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KIA가 타격감이 좋았기에 긴장하고 던졌다. 하지만 내 구위와 체력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더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차전 중단에 대해선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승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중단된 시점에 흐름이 우리 쪽으로 완전히 넘어온 상황이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태인은 “우리 불펜 투수들이 굉장히 잘 던지고 있어 믿음이 간다. 6회초에 추가 득점을 기대하며, 승기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6회에 구자욱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보고 기대감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구자욱 형은 언제든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우리에게 강력한 히든카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