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휴강했지만, 강의 진도를 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조교’들이 든든했기 때문이었다.

안양KGC인삼공사가 2020-2021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정규 리그 1위 전주 KCC를 상대로 2연승을 달렸다. 5일 열린 원정 2차전에선 77대74로 역전승했다.

KCC 라건아 "나혼자 잘하면 뭐하나" - 프로농구 전주 KCC의 라건아가 5일 안양 KGC와 벌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덩크슛에 성공하는 모습. /뉴시스

NBA(미 프로농구) 경력자이자,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여 ‘설교수’로 통하는 인삼공사의 제러드 설린저는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0분 경기 중 39분48초 동안 뛰며 슛 18개를 던졌는데, 2점슛과 3점슛 하나씩만 넣었다. 자유투 3점을 포함해 이날 8점(야투 성공률 11%)을 올렸고, 리바운드 11개와 어시스트 5개를 했다. 챔피언 결정 1차전(18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이나, 앞선 6강-4강 플레이오프 때 평균 31점을 쏟아부었던 활약과 비교하면 부진했다.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심판 판정에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설린저의 도움을 받아가며 감각을 끌어올린 국내 선수들이 힘을 냈다. 가드 이재도(21점)와 변준형(23점)은 44점을 합작했다. 변준형은 4쿼터 접전 때 스텝백(드리블 중 한 걸음 물러서는 동작) 3점슛 2방을 꽂아 넣었고, 75-74로 1점 앞선 경기 종료 23초 전 골밑에 비어 있던 오세근에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했다. 이재도는 13점 차로 끌려가던 2쿼터 중후반 3점슛 2개를 연속으로 넣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세근은 정규 시즌 MVP(최우수 선수) 송교창을 골밑에서 밀어붙이며 20득점했고, 문성곤은 뛰어난 활동량으로 리바운드 13개(공격 리바운드 4개)를 잡았다.

KCC는 라건아(21점 13리바운드)가 설린저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보였고, 이정현(27점 5어시스트)이 3점슛 7개를 터뜨리면서 맞섰다. 전반까지 42-36으로 리드를 잡았다. 1차전 19점 차 대패의 후유증을 털어내는 듯했다. 분위기는 후반 들어 바뀌었다. KCC 송교창은 오세근에게 밀리자 평정심을 잃은 듯 무리한 공격을 연속하며 4점(8리바운드)에 그쳤다. 경기 5반칙으로 퇴장당하고 말았다. 가드 유현준(8점 3어시스트)과 정창영(10점 2어시스트) 역시 인삼공사 선수들의 에너지에 눌리는 모습이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는 걸 보니 많이 성장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송교창, 김지완이 더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3차전은 7일 인삼공사의 홈 안양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