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 프로농구(NBA)는 초대형 이적으로 장외 화제를 모았다. 1탄은 루카 돈치치(26·198㎝). 자타공인 NBA 최고 선수 중 하나였던 그는 지난 2일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LA 레이커스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5년 연속 리그 베스트 5(퍼스트 팀)에 뽑혔던 선수를 다른 선수랑 맞바꾼다는 소식에 매버릭스 팬들은 항의 표시로 경기장 앞에서 장례식을 펼치기도 했다.

2탄은 지미 버틀러(36·201㎝). 5차례 올스타에 뽑혔던 연봉 4850만달러 선수가 지난 6일 마이애미 히트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둘 다 리그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일단 새로운 팀에서 두 초특급 스타들은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7위, 워리어스는 10위에 그친 바 있다.

지미 버틀러
지미 버틀러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아직은 ‘버틀러 효과’가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워리어스는 버틀러 영입으로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한때 서부 11위까지 밀려나며 ‘봄 농구’(플레이오프) 실패 위기를 겪었지만, 버틀러 영입 이후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 흐름이 반전됐다. 26일(한국 시각) 홈구장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샬럿 호니츠와 경기에서 128대92로 크게 이겼다. 버틀러는 이날 19분간 뛰며 6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은 평범했지만, 공수에 활발하게 가담하면서 조직력을 배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워리어스로선 ‘슛 도사’ 스테픈 커리(37)에게만 의존하던 공격 전술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이날 이전까진 6경기서 평균 20점을 올렸다. 워리어스는 4연승을 달리며 서부 8위(31승 27패)까지 올라섰다.

‘돈치치 효과’는 아직 태풍의 눈에 가깝다. 점차 적응하는 분위기가 위안거리. 돈치치 합류 이후 팀 성적은 4승 2패. 천지개벽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3연승으로 어느정도 파괴력이 쌓여가는 양상이다.

루카 돈치치
루카 돈치치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돈치치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친정’ 매버릭스와 경기에 출전, 35분 동안 19득점 15리바운드 12어시스트 3스틸로 트리플 더블을 완성했다. 레이커스는 107대99로 이겼다. 레이커스 팬들은 돈치치가 자유투를 쏘는 동안 매버릭스 단장인 니코 해리슨을 겨냥해 ‘고마워요 니코’라는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르브론 제임스(41)도 27득점 12리바운드로 화력을 보탰다.

원래 돈치치가 오면서 르브론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다. 두 선수 모두 공격 때 공을 들고 전체를 조직화하는 ‘핸들러(Handler)’였기 때문. 지휘자 2명을 동시에 두는 공연이 성공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일단 초반엔 돈치치가 실책을 쏟아내며 엇박자가 드러나는 듯했다. 2경기에서 11개 턴오버(turnover)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덴버전 32점. 이번 매버릭스전 트리플 더블로 다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르브론과 돈치치가 번갈아 가며 BQ(농구 지능)가 번뜩이는 패스를 선보이며 상대를 교란하고 있다. 레이커스는 서부 콘퍼런스 4위(35승 21패)로 올라서면서 2위권 팀(멤피스 그리즐리스·덴버 너기츠)에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레이커스에서 매버릭스로 옮긴 앤서니 데이비스. /Imagn Images 연합뉴스

반면 매버릭스는 돈치치를 내주고 레이커스에서 받은 앤서니 데이비스(32·208㎝)가 이적 후 첫 경기에서 26득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맹활약했지만, 이후 왼쪽 내전근 부상으로 쓰러져 4~6주 결장이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