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열렸다. 한국 대표팀이 1대4로 끌려가던 후반 37분, 주장 손흥민(30)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브라질 수비수의 공을 가로챈 뒤 왼발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손흥민은 1대5 패배에도 “세계적 강팀에 배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우리가 부족한 것을 잘 느꼈다. 월드컵까지 최선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스1

세계 축구 최강 브라질이 펼치는 ‘삼바 축구’는 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9위)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FIFA 랭킹 1위)과 벌인 평가전에서 1대5로 완패했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개최 20주년 기념 A매치(국가대항전)가 열린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4872명 관중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과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브라질의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축구 축제를 즐겼다.

네이마르는 지난 1일 훈련 도중 오른발 통증을 호소하면서 훈련에서 빠진 데다 소셜미디어에 부은 발 사진까지 올려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킥 오프를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손을 흔들며 경기장에 등장하자 관중은 환호했다. 네이마르는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와 자로 잰듯한 패스로 왜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평가받는지 유감 없이 보여줬다. 그는 페널티킥 두 골을 넣으면서 자신이 보유 중인 현역 브라질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73골로 늘리면서 ‘축구 황제’ 펠레의 브라질 역대 A매치 최다골(77)에 4골 차로 다가섰다. 네이마르는 벤치로 들어가면서 두 손을 들어 박수 치며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지난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뛰었던 카세미루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이상 레알 마드리드), 파비뉴(리버풀)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세계 최고 무대에 뛰었던 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에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브라질은 경기 초반부터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며 한국을 밀어붙였다. 한국은 브라질의 기세에 눌려 쉽게 공을 내주며 수시로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전반 6분 만에 히샬리송(에버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0분 황의조(30·보르도)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균형을 맞췄다. 황의조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세계 최정상급 수비수 치아구 시우바(첼시)를 등진 채 공을 받은 다음 몸싸움 끝에 몸을 돌리고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왼쪽 네트를 흔들었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황의조가 A매치에서 골을 넣은 것은 작년 6월 5월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1년 만이었다. 한국이 브라질와의 A매치에서 득점한 것은 2002년 친선 경기(2대3 패) 이후 20년 만이다. 황의조는 “골은 언젠가 터진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41분과 후반 11분 거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연속으로 허용하면서 네이마르에게 2골을 내주며 1-3으로 끌려갔다. 후반 34분 필리피 코치뉴(애스턴빌라)와 후반 추가 시간 가브리에우 지제주스(맨체스터 시티)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1대5로 졌다.

손흥민은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평가전 이후 9년 만에 네이마르와 맞대결을 펼쳤지만 이번에도 골을 넣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네이마르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2로 졌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12분 첫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에 막혔다. 후반 37분엔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은 “세계 벽이 얼마나 높은지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많이 배울 기회였다”고 했다.

벤투호엔 숙제가 생겼다. 아시아 무대에서 통했던 ‘빌드업(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 축구를 세계 최강팀의 압박에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는 위험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브라질전에선 생각보다 실수가 많았다. 스타일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尹대통령, 손흥민에 체육훈장 청룡장 수여 -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을 앞두고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가운데)에게 최고 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직접 수여했다. 윤 대통령과 손흥민이 박지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이날 경기장에는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 이영표 강원FC 대표 등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들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브라질전 직전 경기장에서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최고등급인 청룡장을 수여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이영표 대표는 경기 전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중국이 포기한 2023 AFC 아시안컵을 유치하자”고 제안했고, 윤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