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부분 축구 매체·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한일전 결승’을 예상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 일본에 한국이 맞서는 2강(强) 구도를 점친 것이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OPTA)는 대회 우승 확률을 일본이 24.6%로 1위, 한국이 14.3%로 2위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중동 모래바람이 이 같은 전망을 뒤엎고 있다. 23일 오후 11시 기준 조별 리그 6개 조 중 5개 조 1위가 중동 국가다. A조 1위 카타르는 23일 중국을 1대0으로 꺾으면서 조별 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했다. C조 이란(2승), D조 이라크(2승), F조 사우디아라비아(2승)도 전부 무패다. E조 요르단(1승1무)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조 호주(2승)만이 이번 대회 유일한 중동 국가가 아닌 1위 팀이다.

우승 후보라던 D조 일본은 지난 19일 이라크에 1대2로 져 승점 다음으로 승자승을 따지는 대회 순위 결정 원칙에 따라 조 1위 탈환이 불가능하다. E조 한국은 요르단에 득실차(2-4)에서 밀려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25일 동시에 열리는 한국·말레이시아전, 요르단·바레인전 결과에 따라 1위 자리를 뺏을 수도, 3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유럽파가 많아서 시차 적응 등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사실상 홈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중동 국가를 상대로 전력 차가 난다고 생각하지 말고 강팀을 상대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23일 카타르에 0대1로 패하면서 3경기 내내 무득점과 함께 조 3위(2무1패)에 자리했다. 아시아 무대만큼은 괜찮은 성과를 냈던 중국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중국이 아시안컵 조별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건 1976년 대회 이후 처음, 조별 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건 아예 처음이다. 중국은 아시안컵 준우승을 2번(1984·2004년) 차지했다. 지난 2019년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내심 기대를 걸었으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16강 가능성은 소멸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6개 조 3위 중 상위 4팀도 16강에 합류한다. 일단 D조와 E조에선 3팀 이상이 1승 이상을 거둬 중국에 앞선다. 이제 남은 건 1장. 이 1장을 두고 B조 3위 시리아(1무1패), C조 3위 팔레스타인(1무1패), F조 3위 오만(1무1패)이 중국과 다툰다. 이들이 모두 지거나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둬야 중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희박한 확률이다. 중국 소후닷컴은 “아시안컵 13번 출전 역사상 최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