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진출이 조기 확정됐다. 일본이 24일 대회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대1로 제압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일단 16강 티켓은 거머쥐게 됐다.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6팀 중 상위 4팀까지 16강에 오른다. 한국은 25일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져서 1승1무1패(승점 4)로 3위에 머물러도 다른 조 3위 인도네시아(승점 3)와 중국(승점 2) 보다 승점이 높기 때문에 6개조 중 3위 4팀에게도 주어지는 16강행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8회 연속 조별리그 통과라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은 D조 2위로 16강에 올라 E조 1위와 맞붙는다. E조에선 요르단(1승1무)과 한국(1승1무), 바레인(1승1패)이 1위 자리를 놓고 25일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D조 1위는 이라크(3승)에게 돌아갔다. 이라크는 이날 베트남(3패)을 3대2로 눌렀다.

다만 한국은 부상 경보가 울려진 상태라 앞으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야할 처지다. 24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 이기제(33·수원)를 볼 수 없었다. 이기제는 종아리 부상으로 21일부터 쉬고 있다. 역시 종아리를 다친 김진수(32·전북)는 전날부터 훈련에 참여했지만, 당장 경기를 뛰기는 어렵다. 대표팀에서 둘뿐인 왼쪽 측면 수비수가 전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35·전북) 역시 21일엔 종아리가 불편해 숙소에 머물렀다. 몸이 멀쩡한 측면 수비수는 오른쪽 설영우(26·울산)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치른다.

클린스만호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측면 수비수들 줄부상이다. 최악의 경우 4명 측면 수비수 중 3명이 말레이시아전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포지션인 선수가 측면 수비를 대신한다는 대안이 있다. 미드필더 이순민(30·대전), 홍현석(25·헨트)이 한때 소속팀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기도 했다. 이순민은 수비력이, 홍현석은 공격력이 뛰어나 다른 색깔로 대표팀 측면 수비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중앙 수비수 3명을 이용하는 이른바 ‘스리백’ 전술이다. 측면 수비수와 달리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김영권(34·울산), 정승현(30·울산), 김지수(20·브렌트포드), 김주성(25·서울) 등 5명이 건재하다. 1~2차전 동안 손흥민(32·토트넘), 김민재 등 7명이 옐로카드를 받은 점도 앞으로 토너먼트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다행히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로, 한국(23위)과 전력차가 크다. 동남아 국가라서 홈 이점을 누리는 중동 팀도 아니다. 토너먼트에서도 측면 수비수 결핍을 겪을 가능성이 큰 한국이 주축 선수를 아끼고, 다양한 전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상대다.

한국이 속한 E조 최종 순위는 25일 결정된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맞붙을 때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는 요르단과 바레인이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승점 4(1승1무)와 함께 골득실 +2로, 요르단(승점 4·골득실 +4)에 이어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큰 점수차 승리와 함께 요르단에 골득실로 앞서면서 1위를 탈환하는 게 목표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은 말레이시아전만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며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가 2대2 무승부로 끝난 뒤 김태환이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은 24일 아랍에미리트(UAE)를 2대1로 꺾으면서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클린스만 전임자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 역시 비록 패배했지만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는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며 지시를 내렸다. 팔레스타인과 2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탓이다. 2년 전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같은 이유로 퇴장당한 뒤, 포르투갈전에서 무전기로 지시 내리던 한국 대표팀 사령탑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UAE는 이날 경기 막판 극적인 만회골을 터뜨리며 3위 팔레스타인에 골득실(1-0)로 앞서면서 조 2위를 확정했다.

중국은 23일 카타르에 0대1로 패배한 뒤 승점 2(2무1패)로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선 6개 조 1~2위 팀은 16강에 바로 오르고, 3위 팀 중 상위 4팀도 16강 진출 티켓을 얻는다. 하지만 B조 시리아가 23일 밤 인도를 1대0으로 꺾으며 승점 4(1승1무1패)로 조 3위에 올랐고, C조 팔레스타인이 24일 홍콩을 3대0으로 누르며 역시 승점 4(1승1무1패)로 조 3위를 차지하면서 16강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3위 4개팀에게 주어지는 16강행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중국 선수들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조별리그 3차전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14억 인구 중에 공 잘 차는 11명을 못 뽑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 무대를 밟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선 2015년 호주 대회와 2019년 UAE 대회에서 나란히 8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살렸는데, 이번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조별리그 무승·무득점으로 탈락했다. 중국 매체 소후는 24일 “중국은 결국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아시안컵과 작별을 고했다”며 “중국 축구는 끊임없이 퇴보 중”이라고 자국을 냉정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