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조규성(26·미트윌란)은 3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르기 위해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익숙한 느낌이 들어 옆에 있던 황희찬(28·울버햄프턴)에게 물었다. 알고보니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일전을 치른 알라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은 조규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가나전에서 머리로 두 골을 터뜨린 장소였다. 조규성은 “듣자마자 ‘됐다’란 생각이 들어 웃었다”고 했다.

조규성

기분 좋은 예감은 들어맞았다. 이날 천금 같은 동점골로 한국을 구해낸 그는 사실 16강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클린스만호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선수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조별리그 3경기에 나섰지만, 더딘 움직임을 보이며 손쉬운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공교롭게도 작년 12월 초 덴마크 현지에서 촬영했던 TV 예능 프로그램이 대회 기간 방영되면서 ‘예능 나갈 시간에 축구 연습을 더 하라’ ‘머리부터 잘라라’ 등 팬들 비난이 빗발쳤다.

이날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조규성은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19분 교체로 투입됐다. 헤더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조규성은 후반 추가시간 9분 설영우가 머리로 넘겨준 공을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탈락을 눈앞에 뒀던 클린스만호를 살려낸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조규성은 승부차기에선 3번 키커로 나와 깔끔하게 성공하며 한국 8강행에 다시 힘을 보탰다. 조규성은 “더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며 “죄송하다. 더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우

공격에서 조규성이 빛났다면, 조현우(33·울산)는 철벽 방어로 승리 일등 공신이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2대0 승리를 이끌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조현우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벤치를 지키는 등 한동안 김승규(34·알샤밥)에게 밀려 국가대표 넘버 투 골키퍼에 머물렀다. 그러다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김승규가 훈련 도중 무릎을 크게 다쳐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다시 주전을 꿰찼다. 그는 조별리그 2경기에선 인상적인 선방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며 5실점했지만, 벼랑 끝 승부였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사우디 3번 키커 사미 알 나지(27),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27)의 킥을 연달아 막아내며 팀에 8강행 티켓을 안겼다.

조현우는 “경기를 하기 전 아내가 승부차기를 하게 되면 오른쪽으로 뛰라고 조언했는데 맞아떨어졌다”며 웃었다. 실제 조현우의 이날 두 차례 승부차기 선방은 모두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그는 또한 백업 골키퍼 송범근(27·쇼난 벨마레)에게도 공을 돌렸다. 조현우는 “사우디 키커들 슈팅 방향과 특징을 분석했는데 (송)범근이가 사우디가 킥을 할 때마다 벤치에서 신호를 보냈다”며 “승부차기는 연습을 많이 해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