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손흥민이 7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의 두 다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달래고 안았지만 손흥민은 두 발을 떼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나서야 방송국 인터뷰 때문에 겨우 발을 뗐다.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붉은 눈으로 한참 동안 말을 고르던 손흥민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세번째 기적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패했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요르단은 지난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2로 비겼던 상대다. 한국은 16강, 8강전에서 연속으로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넣고 연장까지 치러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 동안 점유율은 69.6-30.4(%)로 앞섰지만, 슛 시도는 8-17로 뒤졌다. 유효 슈팅은 0-7였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허용한 슈팅만 9개. 공을 잡고 있는 동안 효율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매서운 공격이 몰아쳤다. 작정한 듯이 전방에 압박을 가하며 파상공세를 펼치는 요르단에 한국은 고전했다. 선봉에 선 요르단 내 유일한 유럽파 무사 알타마리(27·몽펠리에)와 한국과 지난 조별리그 2차전에서 득점했었던 야잔 알나이마트(25·알 아흘리)가 골치였다. 골키퍼 조현우(33·울산)는 전반 내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상대 슈팅을 막아냈다. 알나이마트와 일대일 상황에서는 슈팅에 얼굴을 맞고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헐거운 수비는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8분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박용우(31·알아인)가 수비진에 보낸 공을 알타마리가 가로챘고, 곧장 달려나가 빈공간에 공을 건넸다. 따라 달려온 알나이마트가 뛰쳐나온 조현우 위로 공을 높게 띄워 득점했다. 요르단 관중으로 가득찬 경기장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박용우 대신 조규성(26·미트윌란)을 투입하며 공격수 숫자를 늘려봤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한 번 빼앗긴 기세를 되찾기는 힘들었다. 후반 21분 알타마리는 중앙선 오른쪽에서부터 공을 잡고 달려왔고, 한국 수비는 그 앞에서 우수수 무너졌다. 알타마리는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 이재성을 빼고 양현준(24·셀틱),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을 추가로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날 한국은 ‘무(無) 전술’로 일관했다. 칼같이 일(一)자를 유지해야 하는 수비 라인은 엉성했고, 공격도 유기적인 패스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경기 중반까지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휘저었지만 수확은 없었다. 최전방에 위치한 손흥민(32·토트넘)은 넘어오는 공이 없어 경기 내내 고립됐고, 슈팅 하나 시도하기 어려웠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우승이 없다.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탄탄한 전력으로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요르단(87위) 보다 높았다. 하지만 객관적 순위는 이날 한낱 숫자에 불과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벤치에 있던 요르단 선수들은 요르단 국기를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요르단 관중은 발을 구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요르단 선수들은 어깨에 국기를 둘러메고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