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박고 뛰어라.’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각)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 태국전을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각오다. 각오가 아니라 구호에 가깝다. 한국은 지금 위태롭다. 지난 21일 홈 경기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101위 태국과 1대1로 비겼다. 22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시안컵 4강 졸전에 이어 지난 태국전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보여주자 선수들은 정신을 재무장하고 있다.

23일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클럽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원래는 김민재(28)가 지난 9일 마인츠와 분데스리가 경기를 마치고 대표팀 분위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냥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한 게 발단. 이어 역대 가장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첫 발탁된 주민규(34)가 “막내란 생각으로 머리 박고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21일 태국전에서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한 후엔 손흥민(32)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박지성·기성용 등 선배들 조언을 듣고 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바꿨다”며 “몸이 되는 한,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민재가 이야기했듯 머리 박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황선홍(56) 임시 감독까지 “선수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코치 등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축구는 무더위와 태국 홈 팬들 열광적인 응원을 이겨내고 이번에 승점 3을 따야 한다. 월드컵 2차 예선 C조에 속한 한국은 승점 7(2승1무)을 기록, 2위 태국과 3위 중국(이상 승점 4)에 앞서 있지만, 이번 태국전을 이기지 못한다면 막판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차 예선에선 조 1~2위만 3차 예선에 오른다. 23일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 클럽은 한국 대표팀이 훈련을 시작한 오후 6시 30분에도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었다. 이날 한낮엔 35도, 체감온도로는 40도까지 치솟았다가 해가 지면서 그나마 온도가 내려갔지만, 불과 사흘 전 서울에서 쌀쌀한 날씨에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로선 부담스러운 기후 변화다. 태국 방콕은 건기인 3~5월이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한국 축구대표팀 환영하는 태국 축구팬들/연합뉴스

황 감독은 “더운 날씨에 얼른 적응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경기를 이틀 남겨두고 현지에 들어가 하루 훈련한 뒤 다음 날 경기를 치를 때가 많았던 대표팀은 이번엔 빠른 적응을 위해 경기 나흘 전인 22일 밤 방콕에 입성했다. 이날 수완나품 공항 입국장은 프리미어리그 스타 손흥민을 연호하는 태국 팬들 함성으로 가득 찼다. 26일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5만1000여 명 수용)에서 열리는 한국-태국전 입장권은 이미 다 팔려나갔다.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은 1998 방콕 아시안게임 개막에 맞춰 문을 열었는데 당시 한국은 이곳에서 열린 8강전에서 두 명이 퇴장당한 태국에 1대2로 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