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홍명보(55) 감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열린 K리그1(1부) 22라운드 광주전은 홍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된 후 처음 치르는 K리그 경기였다. 킥오프를 앞두고 그의 이름이 불리자 야유가 쏟아졌다. 울산 홈 팬들은 ‘피노키홍’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등 강도 높은 비난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홍 감독이 착잡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본 가운데 울산은 광주 이희균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대1로 패배, 3위(승점 39)로 떨어졌다.

울산 팬들이 10일 광주전에 내건 걸개. /뉴시스

울산 팬들은 경기 후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를 할 때도 플래카드를 다시 펼쳐들고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울산 팬들이 뿔난 이유는 홍 감독이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가 돌연 구단을 떠나 대표팀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감독 내정 사실이 발표되기 이틀 전이었던 지난 5일에도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딱히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던 홍 감독은 그날 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로부터 감독직을 제안받고 다음 날 오전 수락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은 경기 후 “2014년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울산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국가대표 지도자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었다”며 “그런데 지난 2월부터 의도와 상관없이 감독 후보로 거론돼 정말로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임생 이사의 제안에 밤새 고민했다. 또다시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솔직히 두려웠지만, 어쩌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며 “나 자신을 버리고 대한민국 축구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울산 팬들에게 했던 약속을 바꾼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에 어긋났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내가 모르겠다. 만나자고 해서 만난 것”이라며 “대표팀 부임 시기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항은 오베르단과 윤민호의 연속 골로 강원을 2대0으로 물리치며 선두(승점 41)로 뛰어올랐다. 서울은 제시 린가드의 결승골에 힘입어 대전을 2대1로 물리쳤다. 전북은 제주를 2대1로 누르며 대전을 최하위로 밀어내고 11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