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4월 5일 경기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초청 여자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필드에 나와 있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2021년 3연임에 성공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 감독 선임 권한을 없앴다. 그해 7월 전력강화위 역할을 ‘대표팀 관리 목적’에서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 목적’으로 변경했다. ‘관리’에서 ‘조언 및 자문’으로 바뀌면서 전력강화위는 사실상 힘이 빠졌다. ‘정 회장이 입맛대로 감독을 고르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그게 본격 불거진 게 지난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였다. 당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을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나중에 “카타르 월드컵 때 정몽규 회장과 한국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기도 했다. 뮐러 위원장도 “왜 내가 한국 감독을 선택했다고 다들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투덜댔다. 협회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징조였다.

지난해 3월엔 승부 조작 연루자 등 비리 축구인사들을 사면한다는 발표를 했다가 비난 여론이 휘몰아치자 3일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당시 국가대표 평가전 경기를 치르기 직전, 슬쩍 발표하는 바람에 ‘기습 사면’ ‘꼼수 사면’이란 말도 나왔다. 결국 그 책임을 지고 이영표, 이동국 등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일괄 사퇴했다.

정 회장은 내년 1월 협회장 4선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종목 단체장이 3연임 이상을 하기 위해서는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도전할 수 있는데, 국제 단체 임원 자리를 가지면 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같은 달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HDC산업개발과 축구협회가 공식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협회와 이어진 끈을 더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란 해석이다.

이번 ‘홍명보 사태’를 두고 실질적으로 협회를 장악한 정 회장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터는 “협회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서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수뇌부가 (협회) 주요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판단을 내려야 할 적절한 타이밍도 잘 모른다”면서 “(한국) 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구시대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한 축구협회 이사는 “(회장을 보좌하는) 참모들 역량이 형편없다. 그저 눈치만 볼 뿐이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