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홍명보호(號)가 닻을 올린다. 홍명보(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3위)이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96위)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벌인다. 이라크와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게 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본 홍 감독은 10년 3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경기를 지휘한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추천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후 홍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홍명보호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홍 감독은 4일 “많은 득점이 나오면 좋지만, 기본적으로는 승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손흥민(32·토트넘)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3·파리 생재르맹) 등 핵심 유럽파가 주말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한 탓에 경기 전날인 4일에야 전술 미팅을 소화했다. 대표팀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면서 잔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대 팔레스타인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1대1로 비기는 등 선전하며 16강에 올랐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세력) 전쟁으로 화염에 휩싸인 조국에 기쁨을 안기겠다는 각오로 뭉쳐 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이번이 첫 A매치 대결. 다만 한국은 지난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134위)와 3대3, 3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태국(101위)과 1대1로 비기는 등 최근 FIFA 랭킹이 한참 낮은 아시아 약체 팀에 고전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아시안컵에서 요르단(68위)에 1무1패를 당하며 중동 팀에 쩔쩔맨 모습을 보인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을 맞아 손흥민을 왼쪽, 이강인을 오른쪽에 배치해 공격을 풀어갈 전망이다. 홍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주장으로 그동안 너무 큰 무게를 짊어진 것 같아 감독으로 그 책임감을 나눠 지려고 한다. 손흥민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잡음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단단히 버텨주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A매치에서 48골(127경기)을 넣은 손흥민은 역대 2위(50골) 황선홍 대전 감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 축구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풀백(측면 수비수) 포지션에 누가 나설지도 관심이다. 홍 감독은 울산 사령탑 시절 지도한 이명재(31·울산)를 왼쪽, 설영우(26·즈베즈다)를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K리그 정상급 측면 수비수로 이번에 처음 발탁된 황문기(28·강원)와 최우진(20·인천)이 백업으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