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로열 트룬에서 열린 152회 디오픈 챔피언십에 참가한 김민규. /A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의 정말 강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내가 나를 좀 더 믿고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김민규(23)는 지난 7월21일(현지시각) 끝난 152회 디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3오버파 74타를 쳤다.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쉴 새 없이 방향을 바꾸며 몰아치는 비바람과 질긴 러프, 항아리 벙커와 사투를 벌이며 나흘간 6오버파 290타(1R 73타, 2R 71타, 3R 72, 4R 74타)를 기록해 공동 31위로 마쳤다. 퍼팅만 좀 더 떨어졌다면 순위를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꽤 인상적인 경기력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동반 경기를 한 개리 우드랜드가 “정말 골프 잘 치네”라고 했다.

2024년 디오픈에서 나흘 내내 안정감 있는 경기를 보여준 김민규. /AP연합뉴스

김민규는 “우선 첫 두 라운드는 예선 통과에 초점을 맞췄다. 꼭 컷 통과를 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가 보고 싶었다”며 “파세이브도 잘되고 경기가 내 스타일대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대회에는 한국 선수 8명이 참가해 6명이 컷을 통과하며 활약했다. 임성재가 공동 7위(1언더파)로 톱10에 올랐고, 안병훈이 공동 13위(1오버파)였다.

한국 오픈 우승자로 디오픈 티켓을 딴 김민규는 나흘간 안정적인 경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민규의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한국 선수들이 디오픈에서 좋은 경기를 한 비결은 무엇일까. 김민규는 “로열 트룬이 TV에서 보는 것보다도 굉장히 좁은 코스였다”며 “정확성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 잘 발휘된 것 같다”고 했다.

152회 디오픈에 참가한 김민규. /AP 연합뉴스

김민규는 꽤 준비를 많이 했다. 대회 열리기 전에 도착해 공식 연습라운드에 앞서 두 번의 라운드를 예약했다. 유튜브로 2016년 로열 트룬에서 열렸던 디오픈을 보니 티샷을 어떻게 보낼지 등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했다. 김민규는 2년 전에도 한국오픈 우승으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렸던 150회 디오픈에 나갔었다. 당시 컷 탈락으로 이틀 만에 짐을 싸야 했던 아쉬움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때 들어가지 말아야 할 벙커에 공을 넣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컷 통과 기회를 잃어 아쉬웠었다”고 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16년 로열 트룬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필 미켈슨(미국)이 펼친 전설적 대결에서 나온 샷들을 보고 또 봤다. 홀별로 어떻게 티샷하고 그린을 공략하는지 좋은 예습이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최경주 재단 장학생으로 뽑힌 김민규는 재단의 도움으로 2016년과 2017년 디오픈 현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김민규는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디오픈 무대에서 준비한 것을 최선을 다해 펼쳐보려고 했다”며 “바람에 날리지 않는 샷과 코스 공략을 잘 가져갔던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민규는 그린이 작아 우표 홀이라고 불리는 8번 홀(파3)에서 나흘 내내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다고 한다. 그만큼 바람을 읽기 어려웠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캐디와 함께 웃었다”고 했다. 큰 무대 경험이 김민규의 골프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또 바꿀까.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