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최경주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지난 5월19일 쉰 네 번째 생일에 SK텔레콤 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하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우승을 7월28일(현지시각)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해냈다. 50세 이상 참가하는 미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꾸준히 톱10에 오르고 있다.

‘탱크’라는 별명답게 최경주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잘해오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PGA투어 선수들도 넘기 어렵다는 그 ‘쉰(50) 고개’를 최경주도 울면서 넘었다. 골프 선수에게 왜 쉰 고개가 그렇게 힘든지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PGA투어는 매년 성적에 따라 살아남아야(카드 유지)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아요. 40대 들어 한해 두 해 힘겹게 지내는데 근육량이 줄면서 비거리는 자꾸 줄어들지, 여기저기 몸은 아프지, 장난이 아니에요.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힘든데 주변에선 예전에 잘하던 것만 생각하니까. 하루빨리 50이 돼서 시니어 무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40대 후반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나 초청 대회 등 국내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금의환향, 축하를 받으며 돌아와서 매번 우승 경쟁을 벌이던 것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줄어든 그의 비거리를 보고는 “나도 저만큼은 치겠다”는 몰지각한 갤러리 반응도 충격적이었다.

최경주 우승 축하 물세레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최경주는 2018년 갑상샘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 체중이 13kg이나 줄었는데 회복에 한참 걸렸다.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자존심이 상하고 극도로 예민해진 그는 아내에게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저런다”고 푸념했다. 그런데 아내 김현정씨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그럼 안 아프게 노력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왜 노력할 생각을 안 하느냐”고 오히려 정색을 했다. 최경주의 말이다.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너무 ‘인간적’으로 살고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소폭’도 마시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나름 기록해 놓는 게 있는데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댄지는 이제 3년 반이 넘었다. 탄산음료 끊은 지는 1년, 커피 끊은 지는 5개월 넘었다. 가끔 행사 때 주는 포도주도 입에 안 댄다. 어쩔 수 없이 햄버거를 먹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도 콜라 대신 생수를 마신다. 전에 즐기던 튀김과 탕 등을 멀리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은 전보다 3분의 1을 덜어냈다. 국 종류도 시금칫국이나 전복 미역국 등 담백하게 먹고 삼겹살은 수육으로 요리한다. 술과 탄산음료를 끊자 절제된 식사습관을 갖게 됐다. 하루 세끼 외에 군것질은 거의 안 한다.”

최경주는 2년 전부터 미국 댈러스 집 근처 트레이닝 전문 센터에서 몸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고 있다.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근력 운동도 중량에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한다. 체육관에 가지 않더라도 짬짬이 매일 스쿼트 120개를 하고 팔굽혀 펴기 20~25개를 하고 있다. 묵직한 악력기를 갖고 논다. 챔피언스 투어는 일반 대회에선 카트를 탈 수 있다. 최경주는 카트를 전혀 타지 않는 습관을 지키고 있다. 그의 체력은 40대 시절보다 좋아졌다.

/최경주재단 제공

“챔피언스 투어에선 일반 대회는 카트를 타면서 경기할 수 있지만 모두 걸어서 한다. 카트를 타는 선수들은 카트를 타지 못하도록 하는 메이저대회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다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정신력과 체력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줄어들던 비거리도 다시 늘고 구질도 전성기 시절보다 좋아졌다고 했다. “예전엔 공이 휘는 양이 정말 많았다. 꼭 OB가 날것처럼 날아가다가 코스로 들어오는 볼도 많이 쳤다. 우스갯소리로 ‘관광 볼’이라고 하는 구질이었다. 이제는 공이 묵직해지면서 조절이 쉬울 정도로 알맞게 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프로암을 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장타를 치는지 연구해보았다. 이들 공통점은 무작정 큰 스윙을 하는 게 아니고 가볍게 치면서도 임팩트를 제대로 한다. 이들이 틈만 나면 악력기를 갖고 노는 걸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정말 효과가 있다. 지금은 140파운드짜리 악력기를 쓰는데 점차 익숙해지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처럼 200파운드짜리를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