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가 2일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아들 베넷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언더파)는 본격 훈련에 앞서 올바른 그립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초보자용 그립 클럽(grip club)을 사용한다. 클럽을 쥘 때 왼손과 오른손이 올바른 위치에 오도록 만든 클럽이다. 그리고 클럽 페이스가 목표를 향해 똑바로 있는지 확인한다. 프로 골퍼라면 대부분 사용하는 론치 모니터(샷의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는 장비)는 이용하지 않는다. 어드레스를 올바로 하기 위해 얼라인먼트 스틱을 사용하고, 샷 하기 전 자신의 발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되는 이 습관이 세계 최고의 골퍼를 만들었다. 셰플러는 “골프는 예민한 운동인 만큼 늘 기본을 다시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셰플러가 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3개로 4언더파67타를 쳤다. 합계 30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2위 콜린 모리카와(26언더파·미국)를 4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우승 보너스 2500만달러(약334억원)를 받았다.

올 시즌 PGA투어 7승(통산 13승)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는 올해 5월 태어난 아들 베넷을 번쩍 안아 올리며 기뻐했다.

셰플러는 올해 PGA 투어 2922만8357달러(약 392억원)의 상금과 정규시즌 성적으로 따지는 컴캐스트 비즈니스 투어 1위 보너스 800만달러(약107억원) 등 모두 6222만8357달러(약 833억원)를 벌어 들였다.

셰플러는 2022년과 지난해 페덱스컵 포인트 1위로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했으나 각각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에게 역전패했던 아쉬움도 풀었다. 2전 3기에 성공한 셰플러는 “시즌 마지막 대회 역전패는 정말 씁쓸했다”며 “올 시즌을 이렇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했다.

셰플러의 시즌 7승은 1983년 이후 비제이 싱(피지),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우즈가 시즌 7승 이상을 4차례 달성했기 때문에 횟수로 따지면 6번째 기록이다.

이날 5타 차 선두로 시작한 셰플러는 경기 초반 7타 차까지 달아났다. 7·8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해 콜린 모리카와(미국)에게 2타 차로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셰플러는 9~11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흐름을 바꾸었고, 14번 홀(파5)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이글을 잡아냈다.

사히스 시갈라(미국)가 24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러셀 헨리(미국)가 이날 9언더파 62타 코스 레코드를 세우며 애덤 스콧(호주), 잰더 쇼플리(미국)와 공동 4위(19언더파)에 올랐다.

임성재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타를 줄이는 저력을 발휘하며 7위(18언더파)로 마무리했다. 보너스 상금 275만 달러(약 37억원)도 받았다. 투어 챔피언십에 6년 연속 출전한 임성재가 이 대회 톱10에 든 것은 2022년 대회 준우승 이후 두 번째다. 임성재는 “시즌 초반 부진하게 출발해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이렇게 끝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공동 21위(8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