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조우영(23)이 프로 데뷔 후 처음 우승했다. 작년 아마추어 신분 우승까지 포함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조우영이 20일 강원 양양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에서 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뒤 장유빈 등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KPGA

조우영은 20일 강원 양양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7292야드)에서 열린 더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로 출발했다. 버디만 8개 잡아내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친 조우영은 2위 허인회(37·14언더파)를 2타 차로 제쳤다. 이번 대회는 기상 상황 등으로 인해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이번 대회는 주최사 동아쏘시오그룹이 총상금과 같은 금액인 10억원을 기부했고, 컷 통과한 선수들도 상금의 10%를 기부했다. 갤러리도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부금은 소아 환우 치료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게 된 조우영은 “나도 우승 상금의 30%인 6000만원을 기부하겠다”며 “소아 환우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0~2022년 국가대표를 지낸 조우영은 지난해 4월 골프존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 투어 첫 우승을 따냈다.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성재(26), 김시우(29), 장유빈(22)과 금메달을 합작한 직후 장유빈과 나란히 프로로 전향했다. 올 시즌엔 이번 대회 전까지 톱텐 4회에 그쳐 기대에 못미쳤다. 조우영은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쫓기는 골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며 “좋은 생각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우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이자 올 시즌 KPGA 투어 상금(10억2077만원)·제네시스 포인트(7218.89점)·평균타수(69.44타)·평균 드라이브샷 거리(314야드) 1위를 달리는 장유빈과 아마추어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다. 지난해 3월 KPGA 2부 투어 1차 대회에서 장유빈이 우승하자 이틀 뒤 조우영이 2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작년 4월에는 조우영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 1부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4개월 뒤 장유빈이 역시 아마추어 신분으로 1부 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장유빈은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지난 13일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거뒀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이날 조우영이 우승했다.

조우영은 “장유빈과 나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최고의 라이벌”이라며 “우승 확정 후 장유빈이 ‘우리 형 결국 해냈네’라고 축하해줬다”고 했다. “장유빈이 상승세였을 때 나는 하락세였다. 장유빈이 부럽기도 했고 쫓기는 마음도 있었다”며 “장유빈의 조언대로 퍼터를 블레이드형에서 말렛형으로 바꿔 들고 나오면서 성적이 좋아져 정말 고맙다”고 했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를 공동 11위(10언더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