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여름철 최고 기온이 45도에 육박한다. 월드컵이 열리는 11월 최고 기온도 36도나 된다. 그런데도 카타르에서 4년 뛴 대표팀 수비 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은 지난 10일 “9월도 경기 하기 좋은 날씨였다”고 말했다. 2019년 카타르 알 가라파 소속이었던 구자철(33·제주)도 “벤치에 앉아 있다 보면 쌀쌀하다.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경기장을 시원하게 만드는 냉방 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 지난 14일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 리그 3경기를 전부 치러서 ‘한국의 카타르 홈구장’이라고 불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개막 전까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밖에서 봐도 그 비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밑은 차게, 위는 뜨겁게

경기장 내부 사방엔 1500여 개 송풍구가 겹겹으로 설치돼 있다. 정면에 서면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쏟아져 나와 경기장 온도를 20~25도로 유지해 준다. 에어컨으로 경기장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경기장을 하나의 에어컨으로 만들었다는 게 더 적합한 설명이다.

이 바람은 축구장 근처에 있는 ‘쿨링 센터’라는 건물에서 만들어진다. 경기장 반 정도 규모인데, 말하자면 거대한 에어컨 실외기인 셈이다.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고려해 경기장에서 멀게는 1km 떨어진 거리에 설치했다.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아 생산한 전력으로 냉각수를 만들며, 이 냉각수가 지하에 매설된 관을 타고 경기장으로 흘러가 시원한 바람이 된다.

전력 낭비는 대류 현상을 이용해 막는다. 스타디움 위로 솟아 오른 벽면 구조물 끄트머리엔 작고 큰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더운 바람은 가볍기 때문에 위로 떠서 구멍을 통해 빠져 나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에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관중석이 시원해질 만큼만 냉방을 가동하면 된다.

◇태양열을 최소화한 ‘반지하 형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는 지면보다 아래에 있다. 그래서 1층에서도 계단으로 내려가야 그라운드가 나온다. 주변 토양이 ‘방열판’ 역할을 하게 만들어 경기장이 가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반지하’ 방이 여름에 시원한 것과 같은 원리다. 또,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포함한 카타르 축구 경기장의 천장은 다른 곳에 비해 면적이 넓다. 덕분에 더 큰 그림자가 생겨 태양열을 최소한으로 받는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유치 당시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선 더위를 잡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닥터 쿨(Dr. Cool)’이라 불리는 냉방 전문가 사우드 압둘가니 박사를 영입했고,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의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압둘가니 박사는 이 기술에 따로 특허를 내지 않았다. 그는 “전 세계 더위로 고생하는 모든 국가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미 카타르에서 과일과 야채를 재배하는 데 활용하는 등 농업 발전에 기여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