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우리의 종교, 메시는 우리의 영웅 - 1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국기를 들고 월드컵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거대한 환희의 물결이 아르헨티나를 온통 뒤덮었다. 아르헨티나가 19일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은 직후부터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는 마비되기 시작했다. 약 70m 높이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는 광장으로 엄청난 인파가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아르헨티나 국기를 몸에 휘감은 엘사 디아즈(70)씨는 “우리는 모두 오벨리스크로 순례를 나선다”며 “오벨리스크는 우리의 역사적 건축물이고 아르헨티나의 중심”이라고 미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1978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디아즈씨는 오벨리스크를 향해 걸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어 이날 36년 만에 다시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세르히오 구티에레즈(46)씨는 쾅쾅 북을 치면서 아내, 세 아이와 함께 걸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전체가 지금 길 위에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까지 걷겠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워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고, 성인 남성들조차 눈물을 터뜨렸다.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나와 작은 깃발을 흔들었다.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리는 사람, 식당 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르헨티나, 내 사랑!” 오도 가도 못 하는 차량들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며 기쁨의 축제에 동참했다.

원래 축구가 종교와도 같은 나라이지만, 고단한 아르헨티나 국민에겐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월드컵 트로피가 필요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탓에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43%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계속되고,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사회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아드리안 빌라그라(42)씨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나쁘다”며 “축구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우리가 문제들을 잊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대학생 롤라 델 발레(22)씨는 “메시의 리더십은 메시가 왜 100% 아르헨티나인인지 보여준다”며 “메시는 계속 싸웠고 결국 해냈다. 인내했기 때문”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비 오는 쌀쌀한 날씨에 많은 팬이 샹젤리제 거리에 나와 결승전을 지켜봤다. 승부차기 끝에 결국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팬들은 슬픔에 빠져 집으로 돌아갔다. 결승전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 1만4000명의 경찰과 군경찰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영국 더 선은 이날 프랑스 경찰이 패배에 실망한 팬들의 난동을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