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묵상하면서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 한 보람이 생겼습니다.”

싱가포르 대표로 나선 린다 심(68) 수녀가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공인품새 여자 개인전 65세 초과부 우승을 차지했다. 심 수녀는 결승전에서 호주의 브론윈 버터워스에 6.06대5.74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린다 심 수녀가 세계태권도품새대회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고운호 기자

세계대회 첫 금메달 감격이다.

심 수녀는 지난 2011년 블라디보스토크 세계태권도품새대회에 첫 출전 이후 세계 대회 금메달을 노려왔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회 이후 전 대회 개근 참가자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대만 세계태권도품새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바 있지만 금메달은 처음이다.

그는 “수녀복을 입으면 성직자로 생활하고 도복을 입으면 태권도 선수로 경쟁해왔는데 오늘 멋진 결과를 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다비드 가브릴로프(13·왼쪽)와 예바 가브릴로바(12) 남매가 2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2 세계 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 페어 종목에 출전해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심 수녀가 태권도를 처음 접한 건 17세 때다. 싱가포르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여성인 데다 왜소하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지키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에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하느님의 군대’인 수녀를 택했죠. 수녀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그때 마음을 다잡게 한 것이 태권도였습니다.”

린다 심 수녀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하루 2~3시간 맹훈련을 했다. 그는 “이번세계대회에서 목표를 이뤘기에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려고 한다”며 “싱가포르 선수 중 제가 최연장자이고, 가장 어린 선수는 13세”라며 웃었다. 하지만 “70세 이상급 대회가 생긴다면 계속 참가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린다 심 수녀의 평소 모습. 린다 심 수녀 제공

우크라이나 대표로 참가한 다비드 가브릴로프(13)는 공인품새 남자 개인전 유소년부(만 12∼14세)에서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결승 라운드 8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은 공인품새 4개 종목과 자유품새 3개 종목에서 금메달 5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하며 금메달 1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일찌감치 대회 12회 연속 종합우승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