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올림픽’이라고 하면 보통 올림픽과 함께 열리는 패럴림픽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청각장애인들이 4년마다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 제전이 따로 있다. 농아인(deaf)과 올림픽(Olympics)을 합친 데플림픽(Deaflympics)이다.

데플림픽의 역사는 패럴림픽보다 오래됐다.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하계 대회가 열려 1960년부터 열린 패럴림픽보다 36년 앞선다. 두 대회가 별도로 열리는 이유에 대해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관계자는 “도입 배경이 다르다. 데플림픽은 청각장애인 활동가들이 주도했고, 패럴림픽은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상이군경을 중심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운동수행능력은 비장애인과 같지만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의 특성에서도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제24회 2021 데플림픽이 5월 2일 오전 7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브라질 카시아스두술에서 2주간 열린다. 당초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섯 달 미뤄졌다. 전 세계 79국(러시아·벨라루스는 퇴출)에서 선수단 6000여 명이 참가해 20종목 금메달 209개를 두고 경쟁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본진은 지난 29일 오전 브라질로 출국했다. 한국은 최근 3개 대회 연속으로 종합 3위에 오른 데플림픽 강국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48명(선수 81명)을 파견해 4회 연속 3위를 목표로 한다. 금 9, 은 13, 동 19개 이상 획득을 노린다. 1일 오전 한국 선수단 첫 경기를 치른 축구 대표팀은 지난 대회 준우승팀 우크라이나에 1대2로 석패했다.

데플림픽은 ‘월드 사일런트 게임’(World Silent Games)이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조용한(silent) 경기 환경 때문이다. 경기장에선 경주 출발을 알리는 총이나 호루라기, 마이크 사용이 금지된다. 선수마다 청력이 다르기 때문에 소리에 대한 반응 속도와 코치진과의 소통 여부로 인한 경기력 차이를 막기 위해서다. 그 대신 깃발을 흔들거나 빛을 쏴 경기 시작을 알린다. 코치진과 선수는 수어 혹은 구어(입 모양)로 소통한다. 관중은 파도타기로 응원을 보낸다.

청각장애 선수는 다른 신체장애가 없어도 훈련과 경기 중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관계자는 “비장애인 코치진과 소통이 어려워 새로운 기술 및 전술 전달에 한계가 있다”며 “구기 종목의 경우 (비장애인 선수는) 공을 치는 소리를 듣고 회전, 속도, 방향을 판단해 움직이지만 청각장애 선수는 시각에 의지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대회 등록 전 마치 도핑 검사처럼 ‘오디오그램’이란 청력 검사를 받는다. 청력 손실 정도가 55㏈ 이상이어야 한다. 또 선수들은 경기 중 보청기를 쓸 수 없다. 2005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보청기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섰다가 실격당한 일도 있다.

이번 대회 사격 대표팀에선 비장애인 국가대표 출신인 최창훈(39·경기도청)과 김태영(32·보은군청)이 나란히 금빛 사냥에 나선다. 최창훈은 여섯 번째, 김태영은 다섯 번째 데플림픽에 출전하는 베테랑이다. 최창훈은 “모든 장애인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태영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5년 전 유도 단체전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이었던 남자 66㎏급 황현(24·세종시장애인체육회)은 “이번 대회는 개인전 메달도 목에 걸고 귀국하겠다”고 했다. 태권도 남자 80㎏급 이학성(28·김포시청)은 대회 3연패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