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노바크 조코비치가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아내 옐레나 리스티치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여보, 결혼기념일 축하해. 이 윔블던 트로피는 당신을 위한 선물이야.”

지난 10일(현지 시각)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 7위)는 이러한 달콤한 말로 우승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플레이어박스엔 그의 아내 옐레나 리스티치(36)와 4살배기 딸 타라가 있었다. 그의 첫째 아들인 스테판은 테니스 경기를 치르고 있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을 관람하러 온 아내 옐레나 리스티치(첫째줄 왼쪽에서 세번째)와 딸 타라(첫째줄 왼쪽에서 네번째) / 로이터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이날의 승리로 윔블던에서만 28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윔블던 4연패(2018~2022, 2020년에는 코로나로 대회 취소)에 성공했다. 그의 7번째 윔블던 우승이자, 21번째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프랑스 오픈·윔블던·US 오픈) 우승이었다. 통산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에서 이제 오직 라파엘 나달(22개)에게만 뒤진다.

하지만 이런 대기록보다도 조코비치에겐 이날이 ‘윔블던’에서의 그의 ‘결혼기념일 8주년’이었다는 사실이 더 뜻깊었을지도 모른다. 조코비치는 2014 윔블던에서 우승한 직후에 결혼을 했다. 또 조코비치는 테니스계에서 소문난 순정남이다.

조코비치는 2014년 7월 10일 약 9년간의 연애 끝에 리스티치와 몬테네그로 서부에 있는 해안 휴양도시인 스베티 스테반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조코비치가 그의 통산 2번째 윔블던 타이틀을 거머쥔 지 4일만이었다. 조코비치는 결혼을 앞두고 당시 우승 인터뷰에서 “이 트로피를 내 미래의 아내와 아이에게 바친다”며 “나는 곧 아버지가 될 예정이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첫째 아들 스테판은 2014년 10월에 태어났다.

조코비치는 코트 위에선 열세의 승부도 단숨에 뒤집는 ‘야생남’이지만, 코트 밖에선 사랑에 누구보다 진심인 ‘순정남’이다.

그와 리스티치는 2005년 세르비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조코비치는 2005 호주 오픈 출전을 통해 첫 메이저 대회 데뷔를 하는 등 한창 프로테니스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였고, 리스티치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노바크 조코비치와 옐레나 리스티치가 연인 시절, 만난 지 '2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조코비치 인스타그램

둘은 장거리 연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리스티치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조코비치는 테니스 대회 출전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되면서 사랑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리스티치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지갑이 얇은 대학생이었고, 조코비치는 이제 막 시작하는 테니스 선수였어서 우리에게 비행기는 사치였다”며 “관계가 어떻게든 유지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데이트했다”고 회상했다.

리스티치가 대학을 졸업하고 모나코 몬테 카를로에서 둘은 같이 지내게 됐다. 리스티치는 몬테 카를로의 한 석유 회사에서 일을 했다. 장거리 연애까지 극복한 그들이었지만, 회사 출퇴근이라는 벽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에만 하루 종일 있던 리스티치에게 어느 날 조코비치가 “여보,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낼 수 없어”라고 털어놓았다.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조코비치의 한마디였다. 리스티치는 곧바로 퇴사했다.

이후 리스티치는 ‘노바크 조코비치 재단(Novak Djokovic Foundation)’의 책임자(Director)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에 설립된 이 재단의 목표는 불우한 지역 사회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활기찬 환경에서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다. 재단의 설립엔 구(舊) 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에서 자란 조코비치의 어릴 적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티치는 이제는 공동설립자의 지위로 재단 운영에 참여한다.

조코비치는 평생의 반을 리스티치와 함께 해왔다. 올해 윔블던 우승 인터뷰에서 “잊으면 큰일 날 기념일을 잊을 뻔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이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테니스를 향한 열정과 리스티치를 위한 애정을 과연 저울질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