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184~198)=지난 연말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치팅 의혹을 제기한 양딩신은 용기 있는 ‘정의의 사도’일까, 근거 없이 동료를 모함한 무뢰한일까. 중국기원이 양딩신에게 6개월 출전정지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사태는 미봉됐지만 미묘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일부 기사와 팬들은 리쉬안하오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다.

승자는 일단 의심부터 받는 세상이 됐다. 호수(好手), 가착(佳着)이 많은 바둑일수록 더 혹독하게 검증받는다. 화장실 출입 횟수와 걸린 시간조차 체크 대상이다. AI(인공지능)가 바둑 수법의 비약적 도약을 이끄는 사이 프로바둑 세계는 온통 불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한 달간 격렬한 소용돌이를 겪은 양딩신이 동요 없이 정상 페이스로 결승을 치렀을지도 의문이다.

마지막 장면을 따라가 보자. 186으로 참고 1도 1은 흑 2, 4로 패가 되는데 실전보 ‘가’의 팻감이 있어 백이 난처해진다. 187까지 흑이 멋진 끝내기를 했지만 그 정도로 역전될 형세는 아니었다. 197은 눈물의 후퇴. 이 수로 참고 2도 1은 2, 4 이후 흑 A, 백 B의 수순을 거쳐 백이 한 수 빠르다. 이 바둑은 252수 만에 백 불계로 끝났으나 무의미하므로 여기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