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보>(142~161)=임지혁 1997년, 한주영 2009년생. 둘은 열두 살 차이로, 흔히 말하는 소띠 ‘띠동갑’이다. 이번 예선 멤버 중 최고령 출전자는 92년생인 박종욱(31)인데, 그와 한주영이 만났더라면 연령 차가 17년에 달할 뻔했다. 프로 무대라면 몰라도 똑같이 입단이 목표인 아마추어 세계에서 10여 살 차 대국이 이뤄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바둑 마지막 보(譜)까지 왔다. 흑이 ▲에 붙인 장면. 상대 약점과 자신의 두터움을 활용한 예리한 맥점이다. 가뜩이나 열세에 시달리는 한주영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한다. 142로 젖히면 161까지는 거의 외길. 이 결과는 백의 본체(本體)는 살아갔으나 159, 161로 흑이 양쪽 먹잇감을 모두 챙긴 결과여서 승패가 완전히 결정됐다.

142로 다른 길을 찾는다면 참고도 1로 위에서 틀어막는 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그림 역시 안방을 내주고 밖으로 내쫓긴 형태여서 실전보다 나을 게 없다. 흑이 두텁고 백은 엷다 보니 흑 ▲의 만행(?)에 대응할 어떤 묘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 바둑은 183수까지 이어져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으나 162수 이후는 무의미하므로 여기서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