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7)=3년여를 이어온 코로나 사태는 많은 분야에 타격을 안겼다. 공동 공간이 필수인 육체 스포츠와 달리 바둑은 온라인이란 비상구 덕에 공백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마주 앉아 콧김 교환하며 겨루는 대표적 ‘대좌(對坐) 게임’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대 피해자는 바둑인지도 모른다. 가상 공간에서 홀로 면벽(面壁)한 채 싸워야 했던 고통은 기사들만이 안다.

코로나 사태가 한풀 꺾이면서 대국장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2월 제27회 LG배 결승이 3년 만에 ‘바둑돌[棋石]’을 이용해 치러진 데 이어 28회 대회 국내 선발전이 18일 대면(對面) 방식으로 막을 올렸다. 마스크를 벗어젖힌 젊은 ‘도전자’들을 다시 만난다는 건 관전자로서도 기쁨이다. 오늘부터는 아마 예선 결승 2국을 감상한다.

9까지는 프로 대국에서 자주 등장했던 익숙한 진행. 하지만 12의 어깨 짚음이 평범을 거부했다. 참고도 1~5가 보통의 발상. 13은 두터운 수로, 다가올 상변 몸싸움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고 있다. 14를 강요한 뒤 날렵하게 15의 큰 곳을 차지했다. 백 16 걸침에 손을 빼고 날아간 17이 또한 두터운 수. 흑의 초반 능동적 포석 구상을 분쇄할 백의 다음 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