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대표팀이 11일(한국 시각) 한지 플리크(58·독일)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2020년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분데스리가와 DFB포칼(FA컵), UEFA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한 플리크는 독일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짐을 싸게 됐다. 독일이 1926년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래 국가대표 사령탑을 해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성적이 부진하면 자진 사임하는 형식을 밟았다. 그만큼 지난 10일 안방에서 일본에 1대4로 대패한 충격이 컸다.

일본에 1대4로 패한 뒤 경질된 한지 플리크 독일 대표팀 감독. /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감독까지 날려버릴 만큼 최근 일본 축구 기세는 무섭다. 일본은 지난 독일전에서 유럽파를 앞세워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치며 상대를 압도했다. 사령탑은 국내파 모리야스 하지메(55). 산프레체 히로시마 감독으로 세 차례 J리그 정상에 서면서 향후 국가대표 지휘봉을 맡길 재목으로 꼽힌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로 일본 16강행을 도왔고, 이후 A대표팀과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다가 2021년 도쿄올림픽(4위)이 끝난 뒤로는 A대표팀만 맡고 있다.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을 16강에 올려 놓은 데 이어 올해도 3승1무1패(16득점 5실점)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일본축구협회의 야심 찬 장기 계획에 걸맞은 지도자란 평가다.

반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일본과 함께 아시아 축구 자존심을 세웠던 한국은 이후 내리막이다. 지난 3월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 지휘 아래 한국 대표팀은 8일까지 3무2패(4득점 6실점)에 그치고 있다. 그는 전임 감독제 아래 한국 사령탑 부임 후 첫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최초 대표팀 감독이란 수모도 안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오른쪽)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 뉴스1

클린스만은 독일 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고 미국 자택에 머무르다가 비난받는 등 ‘근태’ 논란에 자주 휩싸인 인물이었다. 선임 당시에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강력하게 밀었다. 하지만 최근 오랜 전통이었던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불참하고 영국에서 A매치 기간 중 열린 자선경기(첼시와 바이에른뮌헨)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논란을 부를 만한 행보를 자주 보이고 있다. 클린스만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선 일단 1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전이 중요하다. 일본은 바로 직전 12일 오후 9시 20분 튀르키예를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