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선수가 한 명 출전한다. 올 시즌 국제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은 유망주 김현겸(18)이다. 지난달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에 앞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선 한국 남자 선수 역대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강원 청소년 올림픽 출전권도 지난해 10월 선발전을 거쳐 따냈다.

김현겸이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하고 있다./뉴스1

대회를 준비 중인 김현겸은 최근 통화에서 “피겨 선수에게는 올림픽이 가장 큰 대회이기 때문에 청소년 올림픽도 정말 크고 중요한 기회”라며 “올 시즌 여러 대회 경험을 양분 삼아서 차분하게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트리플 악셀(공중에서 3회전 반) 점프 훈련에 집중한 데 이어 4회전 점프까지 완성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점프에 대한 감을 빨리 찾은 것 같다”며 “한국 주니어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다 같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선의의 경쟁도 한다”고 했다. 올 시즌 한국 주니어 선수들은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 7개와 파이널 남자 싱글·여자 싱글·아이스댄스에서 금 5·은 7·동 5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현겸은 초등학교 1학년 겨울에 링크장에 놀러 갔다가 취미로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축구도 배웠고 피아노도 배웠지만 그중에서 피겨스케이팅이 나와 가장 잘 맞았다”며 “스포츠이면서도 예술과 관련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의지와 끈기가 강한 편”이라며 “늘 평정심을 유지해야 경기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평소에도 차분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기술 중에선 점프에 가장 자신 있고, 강렬한 분위기의 연기가 편하다고 한다.

김현겸(왼쪽)이 지난달 9일 중국 베이징에서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은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가운데는 금메달을 딴 나카타 리오(일본), 오른쪽은 동메달의 아담 하가라(슬로바키아)./대한빙상경기연맹

김현겸은 롤모델로 선배 차준환(23)을 꼽는다. 외국에서 훈련하던 차준환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로 훈련지를 옮기면서 함께할 기회가 많아졌다. “준환이 형은 확실히 해외 대회와 큰 대회 경험이 무척 풍부해서 제가 많이 물어보고 배워요. 경기 전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나 경기 운영적인 부분을 형이 많이 알려줬어요. 형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김현겸은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 스케이팅 경기 때 큰 무대에 긴장해서 급하게 연기를 풀어가다가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번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그가 메달을 딴다면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가 된다. 차준환은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동계 청소년 올림픽 5위를 했고, 이준형(28)이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 4위로 지금까지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2년 뒤 스무 살 되는 해에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목표라는 그는 “이번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이 2026년을 위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언제나 눈앞의 한 대회, 한 대회만 생각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는 27일, 프리 스케이팅 경기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김현겸이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하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