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보>(149~162)=결정적 고비에서 흑은 기회를 살리고 백은 실족했다. 하지만 승부가 끝나려면 아직 몇 고비를 더 넘어야 한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출렁거림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상변 백이 근근이 두 집 내고 살자 선수를 잡은 신진서가 잠시 고민에 빠져든다. 좌변 백 대마 공격으로 결판낼 것인가, 아니면 마무리 구획 정리를 통해 집으로 승부를 가릴 것인가.

149로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후자(後者)다. 신진서는 전자(前者), 즉 잡으러 가는 길을 택했다. 보통은 공격의 위험성에 대비해 계가(計家)로 가지만 수읽기에 자신 있으면 잡는 전략이 더 깔끔할 때도 많다. 149로 치중당한 백은 자체로는 살 수 없는 모습. 흑 포위망의 약점을 찾아 혈로를 뚫어야만 할 처지다.

156 이음은 일단 최선. 이 수로는 158 양단수 자리에 두어 160으로 흑 한 점을 빵때림할 수는 있다. 하지만 흑이 161로 퇴로를 차단하면 더 이상 도주로가 보이지 않는다. 실전 161까지 외길. 162로 밀고 나간 다음이 문제였다. 정밀한 수읽기로 백 대마를 몰아가던 신진서가 갑자기 이상기류에 빠져든 것. 곧 끝날 것 같던 바둑이 혼미해지면서 한바탕 격랑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