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고비를 넘었다. 남은 장애물은 2개. 세계 바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드라마가 각본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주연은 신진서(24), 무대는 제25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이다.

신진서는 2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서 벌어진12국서 중국 커제(27)를 꺾고 이번 대회서 4연승을 질주했다. 257수 끝 백 2집반 승. 한국 랭킹 1위 대 중국 2위, 통산 전적 11승 11패의 숙적 간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세계 메이저대회 8회 우승자(커제)와, 6번 정상에 오른 현역 2관왕(신진서)과의 대결이기도 했다.

숙적 커제와 대국 중인 신진서. 2승만 더 보태면 한국 역전 우승이 실현된다.

긴장감에 비해 바둑은 신진서의 완승 무드로 흘러갔다. 커제는 첫수를 우상귀 삼삼에 두는 등 특유의 실리 포석을 들고 나왔으나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100수가 채 두어지기 전에 커제의 인공지능 승률은 10%대로 떨어졌다. 커제는 이후 형세 만회를 위해 동분서주 했으나 7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신진서의 행마는 유연하면서도 빈틈이 없었다.

신진서(왼쪽)와 커제의 대국 장면. 이 판을 승리한 신진서가 12승 11패로 앞서게 됐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농심배 연승 타이기록를 세웠다. 22회부터 3년간 1패도 없이 14연승을 쌓았다. 이창호가 1회부터 6회 대회 사이에 작성한 14승과 같아진 것. 농심배 통산 승률 부문에선 이미 신진서(14승 2패·87.5%)가 이창호(19승 3패·86.4%)를 추월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작 주목받는 것은 단일 연도 마무리 연승기록까지 갈아치우느냐 하는 것. 2005년 6회 대회 때 이창호는 최종 주자를 맡아 5연승으로 대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유명한 ‘상하이 대첩’이다. 신진서도 22회 대회때 끝내기 5연승으로 같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머리를 염색하고 출전한 커제. 신진서에게 7연패째 패배를 당했다.

신진서가 남은 2국마저 승리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마무리 6연승으로 이 부문도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또한 국가 연승전 방식 대회에서 특정 기사 1명이 특정 국가 5명 전원을 몰살시키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지금까지는 농심배 전신인 제5회 진로배(96~97년) 때 서봉수가 중국 기사 5명을 상대로 유일하게 기록했다.

22일 신진서와 대결할 중국 2위 딩하오. 현재 삼성화재배 보유자다.

신진서의 다음 상대는 딩하오로 발표됐다. 지난 달 중국 랭킹 1위에 올랐다가 2월 3위로 내려왔다. 현재 삼성화재배 타이틀 보유자다. 신진서가 통산 6승 3패로 앞서 있다. 이. 대국서 신진서가 승리할 경우 중국 1위 구쯔하오와 23일 최종국을 펼친다. 상대 전적은 9승 6패로 신진서 우세. 두 기사 모두에게 신진서가 2연승 중이다.

커제전이 끝난 후 신진서는 “첫날엔 피곤했는데 계속 대국하면서 컨디션이 돌아왔다고 느끼고 있다. 사실 진다는 생각은 안했고, 그래서 욕심이 좀 난다. 욕심을 내려놓고 매 대국을 첫 판이라고 생각하고 내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제1회 백산수배서 대결 중인 마샤오춘(왼쪽)과 다케미야. 사진 제공=한국기원

농심배 우승 상금은 5억원이며 2, 3위 팀엔 한 푼도 없다. 각자 1시간, 1분 초읽기 1회가 주어진다. 지금까지 한국이 15회, 중국 8회, 일본 1회 우승했다. 한국은 이 대회 4연패(連覇)에 도전 중이다.

한편 함께 열린 제1회 백산수배 제7국에선 중국 마샤오춘이 일본 다케미야를 꺾고 첫승을 장식했다. 22일엔 한국 3번 주자 조훈현이 마샤오춘과 대결한다. 남은 병력은 한국과 중국이 각 2명, 일본은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