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 간판 스타 진종오가 4일 열린 은퇴식에서 축하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뉴스1

한국 사격 전설 진종오(45)가 현역에서 공식 은퇴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내 대회 출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멈춘 상태였으나, 최근까지 은퇴 여부를 밝힌 적은 없었다. 그는 4일 은퇴식을 열고 “다시 태어나도 사격 선수를 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사격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국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올림픽에 5차례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딴 사격 간판스타다. 양궁 김수녕(53)과 함께 한국 선수 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 기록과 최다 메달(6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김수녕은 금4, 은1, 동1을 획득했다. 진종오는 첫 출전이었던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권총 50m 은메달을 땄고, 2008 베이징 대회에서 같은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에서 이 종목 금메달과 함께 공기 권총 10m도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권총 50m 금메달을 땄다.

세계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 올림픽 3연패를 한 건 진종오(권총 50m)가 최초였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금5·은2·동2)과 아시안게임(금3·은4·동4) 등 각종 국제 대회를 섭렵했다. 그는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세계기록도 가지고 있었고 세계 랭킹도 1위였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즐기면서 임했다. 성적도 좋았고 성취감도 컸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격 인생 ‘최고의 한 발’로 런던 올림픽 공기 권총 10m 경기에서 쏜 마지막 발을 꼽았다. 10.8점 만점을 쐈다.

진종오는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2021년) 직후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의 주종목인 50m 권총이 폐지돼 10m 공기 권총에 출전했는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말고 후배들을 위해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만큼 집중력이 강하지 않았다”며 “2016년 올림픽 이후에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진종오가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선 모습. /조선일보 DB

그는 이날 은퇴를 기념해 그의 아내가 만들어줬다는 기념패와 함께 그가 선수 시절 썼던 일기를 가져왔다. 경기가 안 풀렸을 때 본인 자세와 컨디션이 어땠는지, 경기장 환경이 어땠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고 한다. 그는 “나의 모든 경험과 노력들이 들어 있다”며 “후배들에게 내 기술과 노하우를 전달하겠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스포츠 행정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이미 경남대에서 체육학 석사를 딴 뒤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 등을 지냈고, 지난 1월 열린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35)와 함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 세대가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스포츠 행정가로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에 진출한 그는 관련 질문에 “오늘은 선수 진종오의 은퇴식이다. 정치 관련 질문은 다른 기회에 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