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세계를 제패한 '환상의 복식조'가 36년 만에 전남 영광에서 깜짝 재결성됐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양영자 전 청소년탁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전남 영광스포티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0회 현정화배 '천년의 빛' 영광 전국오픈 탁구대회에서 의기투합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현정화배는 영광군 명예홍보대사이기도 한 '탁구여제' 현정화의 이름을 건 동호인 대회로 올해도 대성황을 이뤘다. 이번 대회 단체전 1부리그 48팀, 2부리그 48팀, 여자부 32팀, 혼성 1부 단체 64팀, 혼성 2부 단체 96팀, 개인단식 남자 1~3부리그에 각 96명, 여자 1~3부리그, 혼성부, 개인복식 1부리그 72팀, 2부리그 96팀, 여자부 72팀, 혼합복식 1부 64팀, 2부 96팀 등 2500여명이 넘는 전국 탁구 동호인들이 뜨거운 열기 속에 기량을 뽐냈다. 이날 현정화배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현정화의 선배이자 환상의 짝꿍, 양영자 감독이 현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초등학교 5학년 현정화를 처음 만난 후 '영혼의 파트너'가 돼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단체전, 1987년 뉴델리세계탁구선수권 여자복식,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등 나가는 대회마다 함께 금메달을 휩쓸었던 레전드 복식조가 모처럼 탁구대 앞에 나란히 섰다.
양영자-현정화조는 이날 개회식 직후 시범경기로 '동호인 최강' 혼합복식조 김진호(57·영광탁구클럽 ·2부)-정지아(21·우리탁구클럽 ·여2부)와 맞붙었다. 11포인트제 1게임을 치렀고 치열한 랠리 끝에 11대8로 승리했다.
대한민국 여자탁구 전성시대를 이끈 10대 앳된 소녀, 20대 에이스는 은퇴 이후에도 탁구에 대한 열정, 대한민국 탁구 발전을 위한 진심을 이어갔다. 현 감독은 한국마사회 총감독으로 '탁구얼짱' 서효원을 톱랭커로 키워냈고 '고교랭킹 1위' 2005년생 유망주 이다은을 지도하고 있다. 양 감독은 내몽골 태생의 이은혜(대한항공)를 국가대표 에이스로 키워냈고 청소년 후보선수단을 이끌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양 감독이 몽골에서 15년간 선교활동을 하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기도 있지만 '금메달' 찰떡 호흡과 선후배의 따뜻한 동료애는 오래전 그날과 같았다.
유쾌한 시범경기 직후 현 감독은 "36년 만인데 시간이 그렇게 안지난 것같다. 올림픽 금메달이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 같다"고 했다. 양 감독 역시 "맞다. 우리 경기 장면이 가끔 TV에도 나오고 해서 그런 모양"이라며 맞장구쳤다. "우리는 늘 그때 그 마음 그대로다. 시간이 흐른 느낌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