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90~205)=결과부터 말하면 이 바둑은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종국(終局) 무렵에 이르면 형세가 결정돼 현장 분위기나 대국자 심리를 분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판은 달랐다. 마지막 14보(譜)에 이를 때까지도 대마(大馬)의 목숨을 놓고 한 방에 승패가 왔다 갔다 하는 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백은 오늘도 두 차례나 역전 기회를 놓친다.

흑이 ▲에 둔 장면. 얼핏 절대 선수다. 백도 당연하다는 듯 190으로 이었는데 이 수가 중대한 실기(失機)였다. 참고 1도를 보자. 1, 2를 선수 교환하고 3에 잇는 묘책이 있었다. 7이 또한 호수로 패가 되는데, 199등 우변에 백의 팻감이 많아 흑이 곤란했다. 197에 흑돌이 놓여 살아가선 토끼가 용궁을 탈출한 격이다.

198이 백의 마지막 패착. 참고 2도가 있었다. 얼핏 무리수로 보이지만 11까지 흑의 자체 삶은 불가능하다. A로 패지만 흑이 못 견딘다. 참고 2도 백 1 때 흑 7, 백 2, 흑 B가 흑의 최선으로 백이 반집가량 유리한 승부라는 결론. 201로 빵따내 흑승이 결정됐다. 이 바둑은 235수 만에 끝났으나 206수 이후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