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의 금메달 행진이 파리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이어졌다.

31일(현지 시각) 박진호(오른쪽)가 파리 패럴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 금메달을 따낸 뒤 프랑스 어린이 아르튀르 베르토메군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뇌와 근육에 장애를 가진 베르토메군은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는 일곱 살 어린이로, 이날 금메달리스트 박진호에게 기념 촬영을 부탁했다./대한장애인체육회

30일(이하 현지 시각)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은)과 첫 금메달이 사격에서 나온 데 이어, 31일에도 사격 금메달이 추가됐다. 30일에는 이윤리(50·완도군청)가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척수 및 기타 장애) 은메달, 조정두(37·BDH파라스)가 남자 10m 공기권총 SH1 금메달을 땄고, 서훈태(39·코오롱)가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SH2(경추) 동메달을 추가했다. 2008년 특전사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낙상 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된 서훈태는 탁구와 휠체어럭비를 거쳐 2018년부터 사격을 시작했고 이번에 패럴림픽 첫 메달을 땄다.

31일에는 박진호(47·강릉시청)가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두 번째 금메달이다. 체대 출신인 그는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됐다. 사격에 입문한 뒤로 세계신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치웠고 올해 창원 장애인 사격 월드컵 5관왕에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왔으나, 유독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이 없었다. 3년 전 도쿄 패럴림픽(은1·동1) 때는 고관절 경련 탓에 0.1점 차로 금메달을 아깝게 놓치기도 했다. 박진호는 “전날부터 사격(한국 선수들)이 잘 풀렸기 때문에 더 마음 편하게 쏠 수 있었다”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고 했다.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서훈태가 파리 패럴림픽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SH2 결선 경기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태권도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은 패럴림픽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는 3년 전 도쿄에서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주정훈은 31일 남자 K44(한쪽 팔꿈치 아래 장애) 80kg급 8강전 경기 도중 상대 선수 무릎에 골반을 맞아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무조건 참고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준결승전에선 역전패를 당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은 승리로 마쳤다. 제대로 걷지 못해 부축을 받으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두 살 때 할머니 댁에 있던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태권도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죄책감을 안고 살던 할머니는 2018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주정훈은 2021년 도쿄 패럴림픽 동메달을 따고 할머니를 찾아갔지만, 할머니는 손자를 알아보지 못했고 몇 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참 아쉽다”고 했다. 한국은 31일 현재 종합 순위 14위(금2·은3·동5)를 달렸다. 탁구에서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가 나왔다.

31일(현지 시각) 주정훈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K44 80kg급 8강전에 앞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