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계 전반 개혁 작업에 시동을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압박하는 강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문체부는 12일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바로잡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감사 청구 사유는 체육회의 부적절한 파리 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 공급권 계약,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논란,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과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 방만하게 사용, 보조 사업 관리 부실과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을 거론했다.

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에 98명으로 참관단을 꾸려 지원 비용으로만 6억6000여 만 원을 썼는데 조계종 전국 신도회 사무총장이나 사찰 행정 직원 등 올림픽과 무관한 비(非)체육계 인사를 대거 포함시키면서 구설에 올랐다. 체육계 안팎에선 “내년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 회장이 연임을 위해 선심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체육회 공식 후원사에 다른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의혹도 있었다. 이는 공개 경쟁 입찰이 원칙인 국가계약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문체부 판단이다. 체육회가 올림픽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파리 시내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 운영 인력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6월엔 체육회가 한 업체와 진천 선수촌 시설 관리 용역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 유착 관계 정황이 드러나 문체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성규

문체부는 이기흥 현 체육회장 체제로는 스포츠계 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기흥 퇴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016년 10월 취임한 이 회장은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3선 도전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회장은 IOC 위원도 맡고 있다. 정년이 70세라 임기가 2025년 끝난다. 다만 체육회장 지위를 유지하면 그 명분으로 4년 더 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체육회장 연임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이것이란 해석이다.

체육회장은 종목 단체 대표와 시도지부 대표 등이 주를 이루는 대의원들 투표로 결정한다. 그런데 현 대의원은 대부분 이 회장 체제에서 임명된 인사들. 투표로 가면 이 회장 당선을 막기란 쉽지 않다는 게 문체부 계산이다. 그래서 문체부가 이 회장 3선 출마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총동원하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스포츠공정위 구성을 문제 삼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현재 체육회와 회원 단체 임원은 1회 연임이 가능하되,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받으면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스포츠공정위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체육회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스포츠공정위에 심의를 신청하면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자체 심의’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다만 이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절차인 시정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시정 명령은 법적으로 실효성이 있지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 공방이 벌어지는 사이 이 회장이 체육회장에 출마해 당선되면 이 시정 명령은 사실상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문체부는 그런 최악 상황엔 문체부 장관이 갖고 있는 체육회장 취임 승인 권한을 동원할 계획이다. 체육회는 문체부 산하기관이고 기관장 취임 승인권을 문체부가 갖고 있는데 이 회장이 당선되면 취임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재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문체부는 그 외에도 이 회장을 대체할 체육회장 후보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작년 스포츠공정위 위원 선임은 문체부 동의를 받은 사안”이라며 “이번 권고안과 감사 청구 내용을 세세하게 검토해 25일까지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