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병(老兵)은 죽지 않았다. 테니스 역대 최고 선수로 군림한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세계 3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를 꺾고 호주 오픈 4강에 올랐다. 호주 오픈에서만 우승컵을 10번 거머쥔 조코비치는 역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최다 우승(25회)에 한발 더 다가섰다. 21일 오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에서 조코비치는 알카라스를 세트 점수 3대1(4-6 6-4 6-3 6-4)로 눌렀다. 대회를 앞두고 동갑내기 라이벌 앤디 머리(38·영국)를 코치로 선임하는 등 절치부심한 조코비치는 베테랑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강력한 포핸드로 무장한 알카라스에게 첫 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3세트를 내리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최근 신구(新舊) 라이벌로 접전을 벌여왔다. 중요한 대회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며 테니스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알카라스는 2023년과 지난해 윔블던 오픈 결승에서 모두 조코비치를 만나 승리를 거둬 대회 2연패(連霸)를 달성했고, 조코비치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내며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올림픽 우승)을 달성했다. 호주오픈에서는 이번이 첫 맞대결이었는데 조코비치가 웃었다. 상대 전적은 5승 3패로 조코비치 우위다. 알카라스는 이번 패배로 남자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조코비치는 4강에서 세계 2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8·독일)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우승컵을 거머쥐면 역대 최고령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자(37세249일)로도 이름을 남긴다.
여자부에서는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가 이날 세계 32위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34·러시아)를 2대1(6-2 2-6 6-3)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세계 12위 파울라 바도사(28·스페인)도 우승 후보로 꼽히던 세계 3위 코코 고프(21·미국)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생애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 4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