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지난해 KT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30명 중 8명이 롯데 출신이라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투수 배제성, 박시영, 조현우, 포수 장성우, 김준태, 내야수 황재균, 신본기, 오윤석이 롯데에 몸담았던 선수들이다. 황재균은 FA로, 조현우는 2차 드래프트로, 나머지 6명은 트레이드로 KT에 넘어왔다.

올해도 주목해야 할 롯데 출신 KT 선수가 있다. 좌완 투수 하준호(33)가 그 주인공. 지난 2008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롯데에 투수로 입단한 하준호는 2014년 외야수로 전향했고, 2015년 5월 박세웅과 장성우가 포함된 5대4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옮겼다.

그러나 타자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9년 투수로 재전향했다.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마운드에 다시 오른 하준호는 150km 강속구를 던지며 가능성을 보였다. 2020년 1군에서 42경기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KT의 1군 마운드가 워낙 두터워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27경기에서 32이닝을 던지며 3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1.69 탈삼진 31개로 활약했다. 그 기세가 올해 시범경기로 이어졌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5⅔이닝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했다.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난 7일 수원 SSG전에선 7회 최정-한유섬-최주환으로 이어진 SSG 중심타선을 3연속 삼진 처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강철 감독은 하준호의 변화에 대해 “새로운 투수코치(김태한)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손에 익혔다. 투수는 한 가지만 배워도 크다. 안 던지던 공이 통하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준호는 지난해까지 거의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올해는 28.6%로 직구(49%) 다음으로 많이 던지고 있다. 좌타자 상대로 특히 쓰임새가 있다.

이 감독은 “원래 150km를 던질 정도로 구위가 좋은 투수다. 지금은 평균 141~142km 정도 나오는데 세게 던지면 144km까지 나온다. 제구만 잘되면 지금 구속으로도 충분하다. 요즘은 커브 제구도 잘되고 있다”며 “하준호가 살아나면 불펜에 왼손 카드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KT 불펜은 조현우 외에 마땅한 왼손 불펜이 없었는데 하준호가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해 구속을 낮춘 것이라 원래 스피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8일 대전 한화전에 6회 구원등판한 하준호는 최고 147km 직구를 뿌렸다. 1사 3루에서 하주석에게 4~5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기도 했다. 장운호에게 1~2구 연속 볼을 던진 뒤 강판되긴 했지만 시즌 첫 3경기에서 2⅔이닝 무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