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파리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 준준결승에서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스페인)의 공격을 받은 나가야마 류주(일본)가 경기장에 누워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유도 선수가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며 일본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28일 일본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남자 유도 60㎏급에 출전한 나가야마 류주는 8강에서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와 맞붙었다.

일본 매체들의 설명은 이렇다. 나가야마는 가리고스의 조르기를 견디고 있었다. 이때 심판이 손을 뻗으며 ‘그쳐’ 라고 했다 이에 나가야마는 힘을 뺐지만, 가리고스는 계속 조르기를 이어갔다. 약 6초 정도 지나 나가야마는 실신해 바닥에 드러누웠고, 이를 본 심판이 ‘한판승’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유도에서 심판은 손짓으로 판정을 내린다. 손바닥이 정면을 향하며 팔을 뻗으면 ‘그쳐’라는 뜻이다.

나가야마는 ‘그쳐’ 판정을 듣고 힘을 뺀 것인데 심판이 이를 ‘상대 선수의 기술 효과가 충분히 발휘됐다’고 보고 ‘한판’을 선언한 건 오심이라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이다.

나가야마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경기장에서 3분 동안 내려오지 않았지만,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가리고스와 악수도 거부했다.

일본 측은 “악마의 6초였다”며 “’그쳐’ 이후에 6초간 계속 조르는 것이 유도 정신에 부합하는가”라고 항의했다. 전일본유도연맹도 국제유도연맹(IJF)에 문서로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전일본유도연맹 측은 IJF 측으로부터 ‘그쳐’ 후 6초간 상황 등에 대해 “납득이 가는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 이후 나가야마 류주(일본)가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스페인)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 나가야마는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해 3‧4위 전에서 한판승을 거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교롭게도 가리고스 역시 동메달을 따 시상대에 나란히 섰다. 나가야마는 끝까지 웃지 않았다.

금메달을 노리던 나가야마의 패배에 일본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가리고스의 소셜미디어에 찾아가 “실격당했어야 할 경기에 승리하고도 만족하나” “일본의 전통을 무시한 행동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나가야마 류주(일본)와 경기한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스페인)를 조롱하는 듯한 영상. /유튜브 'Judo and stuff'

온라인에는 가리고스의 승리를 조롱하는 듯한 영상도 올라왔다. 당시 경기 장면에 심판과 가리고스가 대화하는 식으로 자막을 넣은 영상이었다. 심판이 팔을 뻗자 “그를 보내줘”라는 자막이 나온다. 가리고스가 조르기를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미안해요, 내가 나빴어요. 내가 승리해도 될까요?”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이후 “그럼”이라는 자막과 함께 심판이 가리고스의 승리를 선언했다.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스페인·오른쪽)가 동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지만, 나가야마 류주(일본·오른쪽에서 두번째)는 무표정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소식은 스페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가리고스가 24년 만에 유도 종목으로 스페인에 메달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스페인 매체 AS는 “세계 챔피언이자 유럽선수권대회 3회 우승자인 가리고스가 준준결승에서 나가야마를 꺾은 후 일본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리고스의 코치는 “’일본에 오지 마라.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등 일본에서 불쾌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가리고스는 할 일은 한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가리고스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어 나가야마가 악수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패배를 인정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고, 행동은 우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리고스는 “경기 후 나가야마가 몇 분 동안이나 불평했다”며 “규칙은 명확하다. 경기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한판’이 선언되고, 그 선수가 패배한다”고 했다. 이어 “옛날부터 그랬고, 규칙은 모두 똑같다”며 “역사에 남을 슬픈 하루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