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수영에서 첫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중국의 판잔러(20·190cm). 그는 1일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6초40으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본인이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 계영 400m에서 첫 번째 영자로 뛰며 세웠던 종전 세계기록(46초80)을 0.40초 줄였다. 계영 첫 100m 구간 기록은 개인 100m 기록으로 인정된다.

중국 판잔러가 1일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세인 그는 세계기록을 0.4초 앞당기며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에 올림픽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땄다. /AP 연합뉴스

판잔러는 0.01초를 다투는 100m에서 세계기록을 0.40초 앞당기는 초인적인 역영을 펼쳤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32년 LA 대회의 미야자키 야스지(일본) 이후 92년 만이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1896 아테네 대회 이후 계속된 100m는 서구 선수들이 지배해 왔다. 황선우(21·강원도청)가 지난 도쿄 올림픽 100m 결선에 올랐을 때 ‘아시아 선수로는 56년 만의 사건’이라며 주목을 받았을 정도였다.

자유형 100m는 ‘수영의 꽃’이기도 하다. 최단거리인 50m(1988 서울 올림픽부터 채택)에선 선수들이 출발 후 반대편까지 단숨에 헤엄친다. 21초 안팎이면 끝난다. 반면 100m는 50m에서 턴(turn)을 하고, 나머지 50m를 스퍼트하는 방식으로 레이스를 한다. 힘, 호흡, 테크닉, 체력 안배 등 수영의 필수 요소가 응축되어 있어 관전 재미가 최고다.

이날 판잔러는 47초48로 2위를 한 호주의 카일 차머스(26)를 1.08초 앞섰다. 만 20세 생일을 사흘 앞둔 중국의 샛별이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지난 도쿄 대회 은메달을 딴 수영 강국 호주의 베테랑을 압도했다. 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1위와 2위의 기록이 1초 이상 차이 난 것은 1928 암스테르담 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0.1초 단위로 기록을 쟀던 당시 미국의 조니 와이즈뮬러(58초6)가 헝가리의 바라니 이슈트반(59초8)을 1초2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와이즈뮬러는 은퇴 후 영화 ‘타잔’ 시리즈의 주인공을 연기해 배우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판잔러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2023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47초43으로 4위를 하며 황선우가 도쿄 올림픽 때 작성한 아시아 기록(47초56)을 깼다. 판잔러는 그해 가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46초대로 우승(46초97)하며 다시 아시아기록을 바꿨다.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선 이 종목 첫 우승(47초53)을 차지해 파리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판잔러는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 기록은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수영을 위한 것이다. 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회 초반 외국 선수들에게 악수를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했다. 미국과 호주 언론이 얼마 전 “중국 선수 23명이 도쿄 올림픽 7개월 전에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하면서 중국 선수들을 향한 시선이 차가웠기 때문이다. 판잔러는 ‘도핑 의혹 23명’과는 무관하다. 자유형 100m가 끝난 뒤 2위 차머스, 3위를 한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 등은 그와 손을 잡으며 축하 인사를 나눴다.

프랑스의 레옹 마르샹(22)은 대회 첫 3관왕에 올랐다. 그는 1일 남자 접영 200m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1분51초21)으로 1위를 하더니, 약 한 시간 뒤에 열린 평영 200m에서도 올림픽 신기록(2분05초85)으로 금메달을 땄다. 마르샹은 지난달 29일 개인혼영 400m 우승(4분02초95·올림픽신)에 이어 개인 3종목 정상에 올랐다.

미국의 케이티 러데키(27)는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5분30초0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걸며 2연패(連覇)에 성공했다. 본인이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작성한 종전 올림픽 기록(15분35초35)을 5초 이상 단축했다. 올림픽 여자 1500m는 도쿄 대회 때 신설됐다. 러데키는 이 종목 세계기록(15분20초48·2018년) 보유자이기도 하다. 개인 통산 올림픽 금메달은 8개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