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자 복서 안나 루카 하모리가 올린 사진. 'XY염색체'로 여자 복싱에 출전한 칼리프를 저격한 것으로 읽혔다. /인스타그램

헝가리의 한 여자 복서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칼리프(알제리) 선수와의 8강전을 앞두고, 칼리프를 ‘괴물’에 비유한 듯한 사진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헝가리의 여자 복서 안나 루카 하모리가 2일(현지 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 하나를 공유했다. 배경 상단에는 ‘파리 2024′ 문구와 올림픽 오륜기 이미지가 배치된 사진이었다.

하모리가 ‘XY염색체’를 가진 칼리프와의 8강전을 앞둔 상태이기에, 이런 사진은 칼리프를 저격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근육질 괴물을 칼리프에, 날씬한 여성을 자신에게 비유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하모리는 이 사진에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칼리프는 이번 올림픽 시작부터 대만의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다. 두 사람 모두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염색체를 가졌는데,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두 선수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논란 속 지난 1일 치러진 16강전에서, 칼리프는 우월한 신체 조건으로 상대 선수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를 압도했다. 칼리프의 얼굴 가격으로 카리니가 기권패 하는데까지 단 46초가 걸렸다. 카리니는 눈물을 쏟으며 링 위를 떠났다.

헝가리 여자 복서 안나 루카 하모리. /로이터 연합뉴스
칼리프와의 경기에서 46초만에 기권패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가 눈물을 흘리며 링 위를 떠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린위팅 역시 우즈베키스탄의 시토라 투르디베코바를 5-0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이겼다. 패배한 투르디베코바는 탈의실로 걸어가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번 하모리가 올린 사진에, 일부 팬과 언론은 허모리가 칼리프를괴물에 빗댔다며 이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하모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칼리프가 여자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 상황에 관해 계속 신경 쓸 순 없다. 상황을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가능하면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했다.

린위팅과 8강전을 앞둔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 역시 하모리와 비슷한 입장을 냈다. 스타네바는 “수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IOC는 성명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의 출전 자격엔 문제가 없다며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헝가리와 불가리아 복싱협회 모두 직간접적으로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상태다. 헝가리복싱협회는 칼리프의 올림픽 정상 출전과 관련해 IOC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불가리아복싱협회는 “우리는 모든 대회, 특히 올림픽에선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