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인전 마지막 날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테리 리네르가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종의 손을 들어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한국 김민종(24)을 이긴 프랑스 테디 리네르(35)의 ‘올림픽 정신’이 화제다. 리네르가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다가도 김민종의 왼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함께 싸운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민종은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리네르에 허리후리기로 한판패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프랑스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을 얻은 리네르는 김민종을 공중에 띄운 후 매트에 꽂아버렸다.

올림픽 개인전 세 번째 금메달이자 여섯 번째 메달을 따낸 리네르는 들뜨지 않았다. 승자의 기쁨을 잠시 즐기다가도 김민종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김민종의 왼팔을 잡더니 높게 들어 올려 관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관중은 환호했고, 김민종도 악수를 건넸다. 두 사람은 다시한번 포옹한 뒤 경기장을 벗어났다.

리네르는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순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기에 있는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강한 상대였다”며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승에서 최선을 다한 김민종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김민종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리네르 모습을 보고 네티즌이 보인 반응. /X(옛 트위터)

이런 모습은 국내 온라인상에도 널리 공유됐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가 “이게 정말 멋있는 스포츠맨십”이라며 당시 상황을 짧게 편집해 올린 영상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22만회를 넘겼다. 네티즌들은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스포츠의 아름다움” “둘다 진짜 멋있다” “내가 다 감동해서 울뻔했다. 이게 올림픽 정신” “스포츠엔 낭만이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리네르는 프랑스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했고, 2012 런던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파리 대회가 세번째 개인전 금메달인 셈이다.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와 함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를 맡았을 정도로 프랑스에선 위상이 높다.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종이 금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테디 리네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리네르의 이번 결승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금메달을 따자 마크롱 대통령은 리네르를 껴안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리네르가 자신의 팔을 들어 올린 순간을 돌아본 김민종은 “경기에서 졌을 때는 너무 아쉬웠다”며 “나는 테디 (리네르) 선수를 보고 1등 하고 싶은 마음을 키워왔다”고 했다. 이어 “파리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서 테디와 결승에서 붙은 게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아쉽게 졌지만, 테디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

김민종은 앞으로 올림픽에서 ‘복수전’을 펼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1989년생인 리네르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나설 때면 마흔을 앞두게 된다. 김민종은 “다음에 결승전에서 복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돼 아쉽다. 하지만 존경한다”며 “금메달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리네르는 자신의 우승을 두고 “3번째 금메달을 따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들었다. 오늘 내 우상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며 “내 롤모델은 노무라 다다히로”라고 했다. 노무라는 일본 유도의 전설로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60㎏급을 모두 제패해 올림픽 유도 역사상 최초로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인물이다.

리네르는 “프랑스에도 정말 좋은 순간을 안긴 것 같다. 프랑스도 오늘처럼 완벽한 순간을 원했을 것”이라며 “선수라면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수많은 시간을 훈련에 쏟아도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있다. 반대로 어떤 날은 아주 잘 풀려서 승리할 때도 있다. 오늘이 그렇다. 아주 완벽했다”고 했다.